[우리마을 명소]아라동/삼의악 내창길

[우리마을 명소]아라동/삼의악 내창길
눈 내린 냇길 걸으며 새로운 세상을 접하다
  • 입력 : 2011. 01.08(토) 00:00
  • 표성준기자 sjpyo@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삼의악 내창길은 접근성이 좋아 겨울산행에 적합하다. /사진=표성준기자 sjpyo@hallailbo.co.kr

고즈넉한 길은 마음 무장해제시켜
도심서 가까워 겨울철 산행에 적합

눈 내린 산길은 새로운 세상으로 접하는 통로다. 온통 은백색으로 덮인 고즈넉한 산길이 사람을 절로 무장해제시켜 자연의 일부로 흡수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꿈꾸지만 멀어서, 위험해서, 준비할 게 많아서 쉽게 할 수 없는 것이 또한 겨울산행이다. 그러나 최근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새로운 산길이 생겨 누구나 쉽게 겨울산행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제주시 아라동 삼의악 내창길이다.

유난히도 눈이 많고 그래서 더 추운 올 겨울. 폭설에 폭설을 거듭하다 잠시 멈춘 듯하더니 6일 오전 한라산에는 다시 많은 눈이 날렸다. 딴에는 날을 골라 잡았다고 생각해 삼의악을 찾은 때가 공교롭게도 이날이다. 오름 입구에는 벌써부터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이들이 "아이젠 챙겨갑서"라고 일러준다. 산을 오를 땐 그렇게 마음 씀씀이가 넉넉한 이들을 만나는 일도 흔하다.

오름 남동쪽 입구에 삼의악 내창길 트레킹 코스 안내표지판이 서있다. 표지판 옆으로 발길을 옮기니 무릎 가까이 쌓인 눈에 길이 실종됐지만 다행히 먼저 간 이들이 남긴 발자국이 길잡이가 돼줬다. 오르는 길이 제법 가팔라 운동 걷기에도 제격이다. 김용일 아라동주민자치위원회 간사는 아라동 어느 주민이 암수술을 받은 후에 삼나무와 소나무가 조림된 이 길을 매일 오가며 병마를 극복했다고 귀띔해줬다.

아라동주민자치위원회가 특성화사업으로 만든 이 길은 '여름(열매)과 함께하는 삼의악 내창길'로 이름붙었다. 벗은 줄기와 앙상한 가지만 남은 감나무가 트레킹코스 곳곳에 심어져 있다. 작살나무와 낙산수, 밤나무, 앵두나무도 심어 내후년쯤이면 열매가 열린다고 하니 '유실수 찾아 떠나는 어린시절 추억여행'이라는 이 길의 부제와도 어울린다.

▲북쪽에서 바라본 삼의악 전경. 삼의악은 사모관대 모양이라 해 사모악이라고도 하고, 샘이 있다고 해서 세미오름으로도 불렀다고 한다.

20여분쯤 걸어 도착한 오름 정상은 특히 동쪽과 남쪽으로 뻥 뚫려 있어 경관 조망에 적합하다. 눈날씨로 한라산은 보이지 않았지만 동쪽으로 조천읍지역에 솟아난 오름들이 형체를 드러냈다. 날씨가 좋으면 백록담과 서쪽으로 한림지역까지 한눈에 들어오고, 밤에는 제주시 야경도 볼 만해 사진작가들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내려가면 제법 광활한 평지가 나타나는데 고사리평원이다. 봄철 고사리를 꺾을 시기가 되면 고사리가 지천에 널려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이곳에서 개인 목장 울타리를 넘어 다시 동쪽으로 틀면 숲길이 이어진다.

오름을 내려가 제일 처음 만나는 숲길은 참나무숲길. 곳곳에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쓰러진 고목들이 눈에 띈다. 내 형태가 칼 모양이라고 해서 칼다리내라 부르는 '내창(내)'을 끼고 수국오솔길로 이어진다. 수국오솔길인가 싶더니 다시 삼나무숲길이 펼쳐지고, 삼나무숲길은 밤나무숲길(서굴치·삼의악 서쪽에 있는 구릉지)에 금새 자리를 내준다. 숲길이 끝나는 지점엔 일제가 우리땅에 남긴 진지동굴도 있어 교육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성인걸음으로 편도 1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삼의악 트레킹코스는 사철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요즘엔 겨울산행을 위해 찾는 이들의 발길이 늘어 새로운 트레킹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5·16도로를 횡단하는 버스를 타면 제주경찰학교 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빙판길로 변하는 날이 많아 자가운전자는 차량 통행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삼의악 내창길은 다양한 유실수와 자생식물을 만나볼 수 있고, 정상은 동서남북으로 조망권도 좋아 트레킹에 적합하다. 아래 사진은 삼의악 트레킹 코스 안내도.

[주변 가볼만한 곳]

▶산천단 곰솔=천연기념물 160호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곰술 중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다. 한라산신제를 지내던 제단도 남아 있다.

▶관음사=한라산 중턱에 있는 대표적 사찰로 도지정문화재 16호다. 관음사목조관음보살좌상이 안치돼 있으며, 경내의 왕벗나무 4주는 도지정 기념물 51호로 지정됐다.

▶도깨비도로=주변 지형에 의해 내리막길이 오르막길로 보여 시동을 끄고 멈춘 차가 오르막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제주별빛누리공원=천문우주과학시설로 내부에는 전시실과 4D영상관, 천체투영실과 관측실 등을 갖추고 있다.

▶고인돌=관음사 인근에 있는 선사시대 유물. 우리 선조들이 거석에 정령이 존재한다고 믿어 그 정령을 숭배하는 신앙의 대상으로 축조해놓았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62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