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사라져가는 제주어 지키기](4) 오승철 시인의 "셔?"

[기획/사라져가는 제주어 지키기](4) 오승철 시인의 "셔?"
지역정서 담긴 ‘말 맛’ 일품
  • 입력 : 2011. 01.20(목)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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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는 '안에 계세요?'라는 뜻을 담은 제주어이다. 제주 지역정서를 내포한 대표적인 표현으로 평가되고 있다. 오승철 시인의 작품 '셔?'는 2010 중앙시조 대상을 받았다.

‘안에 계세요?’ 의미 나타낸 말
2010 중앙시조대상 수상 영예
"제주어는 제주의 혼이요 정신"

"셔?"… '안에 계세요?'란 뜻의 제주어다. 낯설게 들리지만 안부를 물을 때나 찾고자 하는 사람이 집에 있는지 확인할 때, 또는 그냥 아는 집 앞을 지나가다가 집이 비어 있는지 궁금할 때 쓰는 말이다. 30여년 전만 해도 어르신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말이었다. 어느새 이제 그런 단어가 사라져서, 시인은 그 말을 되살리고 싶었다.

지난 연말에 발표한 '2010 중앙시조' 대상작은 제주 시인 오승철(54)씨의 작품 '셔?'였다. 중앙시조대상은 등단 15년 이상 된 기성시인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시조 중에 최고의 한 편을 골라 주는 상이다. 그만큼 권위가 높다.

이 작품에 더욱 관심이 쏠린 이유는 제주어 '셔?'다. 작품은 심사위원 전원으로부터 한결같이 높이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대상 수상작인 오승철의 "셔?"는 시적 발상이 독특할 뿐만 아니라 완성도 역시 대단히 높은 작품"이라며 "단순한 존칭 보조어간 하나로 제주도라는 지역의 정서적 특성을 아주 잘 살려냈다"고 했다.

시인의 농익은 역량도 탁월하거니와 제주어가 제주 사람들의 감정과 정서를 표현할 때 가장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임을 다시 한번 평가한 것이다.

시인의 생각은 어떤가. "제주어는 제주의 혼이요, 정신입니다. 문학적으로 경상도나 전라도 충청도 사투리는 큰 무리가 없이 소통이 되지만, 중세국어의 원형이 살아 있는 제주어는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때로는 프랑스의 샹송 취급을 받는 경우도 있어서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어요."

제주의 많은 문인과 학자들의 노력으로 이제 숨비소리, 오름, 해녀, 하르방과 같은 단어에는 더 이상 각주를 달지 않아도 소통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데에 시인은 답답해 한다. "이제 제주의 작가들 중에는 고집스럽게 더 이상 제주어에 주를 달지 않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데,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번에 중앙시조대상 수상작도 그렇습니다." 심사위원들도 이러한 제주의 '말맛'을 살리려는 노력에 관심을 가져준 것 같다고 했다.

시인의 소망은 소박하지만 절절하다. 그는 제주어의 대중화도 강조한다. "앞으로도 독자들이 제주어의 뜻을 알고 싶으면 직접 알아보고, 제주인들의 삶의 현장에서 체험해 보도록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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