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가 2월 개최한'노루보호 및 관리방안마련 공청회.
자연생태계는 수억년에 걸쳐 정교한 사슬로 형성돼 왔다. 그러나 무분별한 남획과 지구의 환경오염, 인구의 증가로 인한 생물의 서식지 파괴 등으로 생물종 다양성이 무너지고 있다. 하루 평균 130종의 생물이 사라지고 있고, 수년 내에 멸종이 예상되는 동식물은 3만1500여종에 이른다. 수많은 생물의 멸종은 결국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포식자인 인류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야생동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환경이 그나마 잘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다. 노루는 제주의 건강한 생태계를 반영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한라산 생태환경의 변화와 더불어 중산간 지역에 농사를 지으면서 노루들에게는 새로운 먹이가 생겼고 노루들이 이 지역으로 서식지를 확대하면서 농작물 피해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인간과 노루의 삶이 서로 위협받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일까? 해안선은 오랜 세월을 두고 육지와 바다가 '협상'한 결과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듯 어느 한쪽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제주도민과 노루가 서로 아끼며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협상'이 최선의 선택이다. 최소한의 농작물 피해를 감수하되 적정 서식밀도를 넘는 야생노루의 개체수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미 좋은 선례가 있다. 제주시 봉개동 노루생태관찰원이다. 망을 두른 거친오름 32ha에 야생의 상태로 190마리, 상시관찰원 3천평에 30마리가 보호되고 있다. 이런 시설을 한두 곳 더 설치하고 400고지 이하 지역에 서식하는 노루를 포획해 노루테마파크를 만들 수 있다. 환경이 좋은 넓은 공원에서 노루들이 떼 지어 뛰어노는 모습이나, 아이들이 먹이를 주면 예쁜 눈을 반짝이며 다가오는 모습도 그럴듯해 보인다.
외국의 사례도 새겨 들을 만하다. 오스트레일리아 하면 떠오르는 상징동물이 있다. 캥거루다. 그런데 이 나라에 제주의 말고기식당 처럼 캥거루 요리를 파는 식당들이 있다. 최근에는 캥거루 고기가 국내에도 수입되고 있다. 후지산이 있는 일본 야마나시현에서는 야생 사슴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사슴을 포획해 가죽제품을 개발했다. 지갑, 핸드백, 허리띠, 코트 등 각종 제품은 고가에 팔리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나라들이 생명과 환경을 소홀히 다룬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환경에서도 앞선 전범을 보여준 나라들이다.
당장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루를 유해조수로 지정해 관리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한번에 10여마리의 새끼를 낳는 꿩과는 달리 노루는 1년에 1~2마리의 새끼를 출산한다. 유해조수 지정은 노루의 멸종을 불러올 것이고, 이는 제주의 매력까지 잃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보호냐 관리냐 하는 논쟁에 갇혀 있을 수만은 없다. 현명한 '협상'이 필요하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 전 한겨레신문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