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이야기](11)왕벚나무는 한라산이 원산지일까

[문명옥의 식물이야기](11)왕벚나무는 한라산이 원산지일까
자생지·개체수·다양한 변이 등 제주가 맞아
더많은 학술자료·관리·국제교류 확대 필요
  • 입력 : 2011. 04.02(토)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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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벚나무(제주시 관음사 일대). 자생하는 왕벚나무는 다양한 형태와 색깔을 띤다.

왕벚나무에 대한 분류학적 혹은 원산지 논쟁은 국내외적으로 100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과연 제주특별자치도가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맞을까?

왕벚나무는 1901년 일본인 마쓰무라박사가 도쿄식물잡지 15권에 발표함으로써 학술적인 이름을 부여 받았다. 그러나 당시 식재된 나무를 기준목으로 발표가 이루어져 자생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으며, 현재까지도 일본에는 확인된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08년 4월15일, 타케(Taquet) 신부가 한라산 관음사 뒷산 해발 약 600m의 숲속에서 벚나무류 표본 한 점을 채집한다. 표본번호 no. 4638, 이 표본이 자생하는 왕벚나무로서는 세계 최초의 표본이자, 제주자치도가 왕벚나무의 원산지임을 증명하는 표본이었다.

보통 식물이 유래한 곳을 원산지라고 하지만, 그 곳이 어디인가를 규정하려면 자생지임을 입증해야 한다.

왕벚나무를 입증해보자. 먼저 자연 상태에서 자라고 있다. 이것은 기본 필요조건이다. 개체수가 많다. 개체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원산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적 변이가 관찰된다. 형질변이 폭이 크다는 것은 오랫동안 그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었다는 반증이 된다. 다양한 수령의 개체가 골고루 분포한다. 이 점은 완전한 자생적인 기반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유연관계가 가까운 종들이 많이 분포한다. 근연종이 많다는 것은 한 조상으로부터 분화된 종이 많은 곳이라면 가까운 종이 없는 곳에 비해 오랫동안 진화되어온 터전이라는 증거가 된다. 왕벚나무는 제주가 원산지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로 자기만족에 빠져서는 안 될 일이다. 더 많은 학술적 증거자료의 확보와 검증, 관리, 국제학술계와의 교류가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우리 땅 독도가 그랬듯, 과학이 왜곡될까 봐 심히 우려스럽다.

<이학박사·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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