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범의 제주생각]제주의 보물 곶자왈이 죽어간다

[고희범의 제주생각]제주의 보물 곶자왈이 죽어간다
개발목적 생태계 등급 낮추려 훼손
미래 보물 지키는 일은 우리의 의무
  • 입력 : 2011. 04.21(목)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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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에서 잘려나간 30~40년된 아름드리나무. '곶자왈사람들' 제공.

제주에는 보잘 것 없거나 몹쓸 것으로 여겨져 한동안 버려졌던 것들이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가치기준이 바뀌거나, 뒤늦게 그 가치가 발견되어 보물이 되는 것들이 있다.

제주인에게는 천형(天刑)과도 같던 '바람'이 그렇다. 제주인들은 생존을 위해 오랜 세월 바람과 맞서 싸워야 했다. 세월이 지나 화석에너지가 환경에 미치는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에너지의 고갈 위험 앞에서 바람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끝이 없는 유전(油田)' 으로 축복처럼 다가온 것이다.

투자가치가 크지 않아 개발의 '혜택'을 입지 못했던 제주 땅 곳곳이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세계의 보물로 칭송받게 됐다. 전 세계 어디서도 차지하지 못한 '유네스코 지정 환경관련 3관왕'에 등극한 것이다.

'곶자왈'도 마찬가지다. 바위투성이에 잡목과 가시덤불까지 우거진 곶자왈은 농사를 짓기는 커녕, 마소를 먹이기에도 적당하지 않아 고작 사냥을 하거나 약용식물이나 캐는 불모의 땅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제주의 보물인 지하수의 공급원이자 수만년을 두고 만들어진 식생의 천국이었다.

그런 곶자왈이 최근 마구 훼손된 현장을 환경단체 회원들이 발견해 언론에 공개했다. 안덕면 상창리 곶자왈 지대에서 죽은 나무 정리와 가지치기를 한다고 신고해놓고는 수십년 된 나무 200여그루를 무참하게 잘라 넘어뜨린 것이다. 개발을 쉽게 하기 위해 생태계 등급을 낮추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곶자왈은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굳으면서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험한 지형을 만들어낸 곳이다. 바위덩이가 두껍게 쌓여 있어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빗물의 80%가 숨골을 통해 그대로 지하로 스며들어 '삼다수'를 만들어낸다.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공기가 스며 나와 독특한 식물이 자라는 천연림을 형성했다. 이 숲은 제주에만 자생하는 멸종위기식물 제주고사리삼, 보존자원식물인 빌레나무, 환경부 지정 보호야생식물인 개가시나무, 희귀식물인 붓순나무, 개톱날고사리 등 다양한 희귀식물의 보고임이 밝혀졌다. 이 때문에 내년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WCC)의 주요 의제 중의 하나로 채택될 가능성도 크다.

제주도는 여러해 전 '곶자왈 공유화재단'을 만들어 곶자왈 지대의 사유지를 사들여 보전하는 운동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곶자왈 지대에 골프장, 영어교육도시 등을 허가하면서 앞뒤 맞지 않는 행정을 편 탓에 도민사회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문제는 우리가 갖고 있는 보물을 소중하게 여기느냐, 여전히 쓸모없는 것으로 천대하느냐에 달려있다. 미래에 더욱 빛날 보물을 지키는 것은 후손에 대한 의무이자 천혜의 보물에 대한 예의다.

<제주포럼C 공동대표·전 한겨레신문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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