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전도사' 박 원장
▲박영식 제일지역아동센터 원장은 서울서 25년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와 아동복지에 정성을 쏟고 있는 '희망 전도사'다. /사진=이승철기자
○…25년 공무원 생활 접고 귀향○…아동센터 최초 야구부 창단○…지역과 더불어 성장 안간힘
"경제적, 정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희망의 싹을 키워갈 수 있도록 늘 고민하고 정성을 쏟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이다."
설문대여성문화센터 김영윤 소장은 제주시 일도2동에 있는 제일지역아동센터 박영식 원장을 추천했다. 제주도 여성정책과장으로 근무 당시 박 원장을 알게 된 김 소장은 "뇌경색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면서도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줘야 한다며 야구부를 만들고, 아동복지에 정성을 쏟는 그를 보노라면 천상 아이들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했다.
제주시 일도2동 한 아파트단지 안에 있는 아동복지시설인 제일지역아동센터(이하 아동센터)는 지역내 저소득층 아이들이 방과후에 찾아 공부도 하고 예체능 활동과 저녁식사도 해결하는 제2의 가정같은 곳이다. 방과후 딱히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이 밤 10시까지 지낼 수 있으니 생계 등으로 퇴근이 늦은 부모 입장에서도 걱정이 없다. 김 소장은 "아동센터가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박 원장이 공들이는 점도 모범사례로 꼽을 만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의 추천사가 있긴 했지만 사회복지사로서 박 원장의 소신이 궁금해 제일지역아동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서울서 25년의 공무원 생활을 접고 사회복지사업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는 그는 2005년부터 아동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유소년 축구팀을 만들어 전국대회서 우승하고, 지난해 6월엔 아동센터 최초로 초등 3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생까지 18명의 아이들로 '제일 드레곤스'라는 야구팀을 꾸렸다. 제주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복권기금의 후원을 받아 야구장비를 마련하고, 매주 토요일 오후에 연습하면서 기량을 쌓고 있다.
박 원장이 야구팀을 만든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다.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몸에서 나온다. 또래 친구들과 야구를 하면서 화합과 우정을 쌓고,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또 플루트와 기타를 배우는 여자 아이들은 밴드부도 구성했다.
김영윤 소장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기 위한 박 원장의 발품팔기는 늘 진행형이다. 덕분에 아동센터가 위치한 아파트 주민들이 매달 호당 1000원씩 10만원을 모아주고, 한 정육점 사장은 갈비를 지원해주는가 하면 박 원장의 집에 우유를 넣는 우유대리점 사장은 일주일에 한 번 아동센터 아이들 숫자만큼의 우유를 놓고 간다. 또 제주과학고와 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이 수 년 전부터 주말마다 찾아와 공부를 봐주고, 어쩌다 과일, 빵, 생선 등의 간식거리를 건네는 이들도 있다. 그런 날이면 근사한 특식이 아이들을 기다린다.
아이들은 어버이날을 앞두고 올해도 변함없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달아드릴 카네이션 만들기에 한창이다. 그리고 며칠 전 아동센터 야구부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CJ도너스캠프측에서 이달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으로 초청해 프로야구 경기도 관람하고 선수 만남도 주선한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은 벌써 서울 야구장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