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마을 명소]제주시 조천읍 / 신흥포구

[우리마을 명소]제주시 조천읍 / 신흥포구
고즈넉한 풍경 어촌마을 내음 한가득
  • 입력 : 2011. 05.07(토)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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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포구는 고즈넉한 풍경의 전형적인 어촌마을 운치를 더해준다. 해안도로가 생기면서 미적가치를 잃어버려 아쉬움을 주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조천읍 신흥포구 전경. /사진=표성준기자

해안도로 조성으로 미적 운치 잃어 아쉬움
방사탑·이팝나무·불턱 등 볼거리도 수두룩

잊혀가는 제주 포구의 원형을 조금이나마 간직한 제주시 조천읍 신흥포구. 날마다 철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이곳은 조천~함덕간 해안도로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자연 그대로의 포구였다. 콘크리트를 덧대긴 했지만 포구 안에 용천수가 솟아나고 포구 밖 넓은 백사장과 함께 펼쳐진 오밀조밀한 해안선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그러나 고즈넉한 풍경의 전형적인 어촌마을의 운치를 더해주는 포구 한가운데를 해안도로가 가로지른 뒤부터 접근성은 좋아졌지만 미적 가치는 빛을 잃었다. 다시 찾은 그곳에서 아쉽지만 여전히 옛 그림의 정취에 사로잡혔다.

▲방사탑

▲새물깍

신흥포구엔 두 기의 방사탑이 서 있다. 제주의 선인들은 큰 재앙을 막기 위해 방사탑을 쌓았다. 그런데 이곳의 방사탑은 바닷속에 들어섰다. 밀물 때면 잠기게 되는 그 자체가 재앙일진데 무슨 연유일까? 풍수지리상 신흥리는 바다쪽이 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포구 방파제 인근인 남쪽 포구에 있는 탑이 '큰개탑' 또는 '생이탑', 북서쪽 바닷가 '새백개'쪽에 자리한 탑은 '오다리탑'또는'생이탑'이라 부른다. 상단부 안쪽이 50㎝ 패여 있는 큰개탑은 음을 뜻하고, 상단부에 길쭉한 돌을 세워놓은 오다리탑은 양을 나타낸다. 바다에 세운 방사탑에도 음양의 조화를 불어넣어 포구의 멋을 더해준다.

신흥포구에서 남쪽 방향으로 해안도로를 건너면 '새물깍'을 만날 수 있다. 신흥리 큰물에서 단물(민물)이 바다로 흐르는 내를 말하는데 바위구멍에서 물이 솟아난다. 신흥리의 발상지이기도 한 이곳에는 이팝나무 자생지임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다. 5~6월이 되면 20m나 되는 큰 나무가 하얀 꽃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한 번 보면 쉽게 잊지 못할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데 큰 사발에 소복하게 쌓아올린 흰 쌀밥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팝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을 보면 눈에 보이는 것이 늘 진실은 아니다. 5월이 됐지만 지난 겨울이 나무에게도 힘들었던지 아직 꽃은 피우지 않았다.

▲이팝나무

▲불턱.

신흥포구와 잇닿은 해안에는 제주섬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과 가장 가까운 곳이 있다. 조천관 시대에 조천포구로 가는 길목에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관곶이라 이름붙은 곳이다. '제주의 울돌목'이라 할 만큼 배가 뒤집어질 정도로 파도가 거세다는데 색다른 명소다. 신흥포구에서 서쪽으로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옛 해녀탈의장인 불턱도 만나게 된다.

그 옛날 제주포구에서 보고 느낄 수 있었던 많은 것들을 여전히 품고 있는 신흥포구다. 모자란 듯 채워지고 넘치는 듯 덜어지는 이곳 포구에서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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