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9)연동 앞뱅디식당

[당찬 맛집을 찾아서](9)연동 앞뱅디식당
각제기국 한 사발에 제주 어머니 손맛 가득
  • 입력 : 2011. 06.11(토)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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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그대로의 원재료의 맛을 내는 '앞뱅디식당'의 대표 김미자씨. /사진=이승철기자

손으로 뚝뚝 잘라넣은 배추 어우러져 시원
아삭한 멜 튀김은 남녀노소 좋아하는 별미


'각제기'. 전갱이를 부르는 제주어다. 고급어종은 아니지만 제주에선 어린 배추와 함께 국으로 끓여내면 시원하면서도 '베지근한'(고기 따위를 끓인 국물이 맛있는) 맛이 그만이어서 예로부터 즐겨먹었던 음식이다. 각제기는 고등어와 함께 대표적인 등푸른 생선으로, 불포화지방산인 DHA와 EPA 함량이 많아 뇌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각종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제주시 연동 제주웰컴센터 맞은편에 있는 '앞뱅디 식당'은 도민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각제기국이 맛있는 집으로 통한다. 점심시간이면 좁은 식당앞에 대기손님들이 줄지어서는 진풍경을 연출하곤 했는데, 몇 달 전 바로 옆 건물로 공간을 넓혀 이사했다.

11년째 앞뱅디 식당을 운영해오고 있는 주인장은 김미자(45)씨. 어렸을 적 친정어머니가 자주 끓여주던 각제기국으로 손님의 입맛을 한 번 사로잡아볼까는 생각에서 식당을 차렸다. 식당엔 하루아침에 손님이 북적였던 건 아니다. 몇 년간은 장사가 시원치 않아 고전하기도 했지만 친정어머니의 손맛을 내기까지 시행착오를 거치는동안 하나 둘 손님들이 찾기 시작했고, 지금은 모르는 이보다 아는 이가 더 많아 유명세를 타는 식당이 됐다.

그 유명한 맛의 각제기국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김씨가 만드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더니 의외로 간단하다. 뚝배기에 맹물과 잘 손질한 신선한 각제기와 된장, 다진마늘을 넣고 끓이다 얼갈이 배추를 손으로 뚝뚝 잘라 마늘과 고추를 다져만든 양념을 넣는다. 양념을 만드는 방법은 비밀이란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소금간으로 마무리한다.

그렇게 끓여낸 각제기국의 맛이 궁금한 건 당연지사다. 뜨거운 국물을 한 입 뜨자 개운하면서도 베지근하다는 의미를 입맛으로 이해하게 된다. 혹시나 했던 비린내도 없다. 배춧잎과 도톰한 각제기 살을 발라내 먹는 재미도 그만이다.

"제주음식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원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양념을 거의 넣지 않는 간단한 조리법을 썼다. 각제기국도 그 중의 하나다. 관광객들은 생선으로 국을 끓이는 걸 생소하게 여기지만 한 번 맛보고 나면 시원하다며 식당 명함을 들고 가곤 한다. 그들이 주변에 식당을 입소문내 주시는 홍보전도사들이다."

▲각제기국에 어울리는 짭조름한 강된장과 멜튀김은 또 하나의 별미다.

앞뱅디식당에서 각제기국과 함께 내는 별미가 있는데, 바로 짭조름한 강된장이다. 된장에 갖은 양념과 풋마늘이나 부추 등의 야채를 넣고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손님상에 낸다. 배춧잎에 뜨거운 밥을 한 숫가락 떠놓고 된장을 얹어 한 입 가득 넣거나 밥에 조금씩 얹어 쓱쓱 비벼먹는 맛이 일품이다.

식당에서 만난 이모(36·제주시 화북동)씨는 "술을 한 잔 한 뒷날이면 앞뱅디의 각제기국이 생각나 찾곤 한다. 한 그릇 먹고 나면 속이 시원하게 풀린다"며 각제기국에 대한 예찬론을 폈다.

또 앞뱅디식당에서 맛보지 않으면 아쉬운 한 가지가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가 좋아하는 '멜 튀김'이다. 큼지막한 '멜'(멸치)의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후 길게 썬 청양고추와 함께 튀김반죽을 입혀 식용유에 노릇노릇하게 튀겨낸다. 양념장에 찍어 한 입 베어무니 매콤한 청양고추가 어우러지며 비릿함과 느끼한 맛이 사라지면서 환상의 궁합을 이룬다.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자연의 맛을 살린 각제기국은 바로 제주 어머니의 맛이다. 그 맛을 살리기 위한 정성이 통했는지 도민과 관광객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앞으로도 식당을 오래도록 이어가고픈 이유이기도 하다."

식당은 오전 9시 30분부터 밤 10시 30분까지 문을 연다. 매주 일요일은 휴무지만 단체손님의 경우 미리 예약을 하면 받는다. 각제기국 6000원. 멜튀김 1만원. 744-7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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