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화씨는 "자연은 있는 모습 그대로 카메라에 담길 때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다. /사진=이승철기자
○…60여년 산 헤치며 풍경·식물 담아○…책 21권 발간과 여러차례 개인전○…"자연 아끼며 '정직한' 영상 연출"
사진이 지금처럼 대중에 전파되기 훨씬 전부터 무거운 장비를 지고 전국 산과 들을 걸어다녔다. 그게 벌써 60년이 되어간다. 산의 풍경을 앵글에 담으며 산악사진 불모지를 일구는 동안 생태계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고 산 속의 자생식물 촬영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그를 식물 사진 분야의 개척자로 우뚝서게 만들었다.
기자가 '추천합니다'를 통해 만난 이는 제주출신 산악·식물사진가 문순화(79)씨다. 현재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며 (주)동북아연구소 고문으로 있는 그는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초대작가 및 자문위원으로 있으며 환경부 촉탁으로 멸종위기식물 자생지조사활동을 하고 있다. 2002년 제주시민상, 2004년 제주도문화상, 2010년 환경부 장관 표창 등 수차례 수상과 '우리 꽃 386-봄·여름·가을' 등 총 21권의 책을 펴냈다. 한국식물사진가협회 초대회장, 산악사진가회 회장을 역임하고 산과 식물을 주제로 17회의 사진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주 한라산 사진촬영을 위해 제주를 찾은 그를 만난 자리에는 제주도미술대전 초대작가이자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인 신용만(58·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근무)씨와 함께였다. 문순화씨를 추천한 이다. 그 자리에서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두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길 청했다.
둘은 신씨가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근무하던 1977년 겨울에 처음 만났다. 매년 한라산 촬영을 위해 산에 올랐던 문씨는 산장에서 밤을 새는 일이 잦았고 자연스레 친해졌다. 그렇게 10년 세월, 신씨가 본격적인 한라산촬영을 시작한 1988년까지 문씨가 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사람은 뭔가 취미생활 한 가지는 있어야 해. 그 취미가 인생을 살아가는데 활력소가 되거든. 사진촬영을 해보는 건 어떤가?" 신씨가 30여년을 카메라에 한라산을 담을 수 있었던 건 사진을 권해 준 문순화씨 덕분이었다. 문씨는 사진의 구도, 노출, 앵글 잡는 법 등 모든 촬영기술을 신씨에게 가르쳐 준 사진스승이다. 신씨는 또 문씨의 추천으로 한국 식물학계 거목 故 이영로박사와 1996년 화보집 '한라산의 꽃'을 만들기도 했다.
제주시 삼도2동이 고향인 문씨는 1954년 해군에 입대한 후 사진병으로 있으면서 사진교육을 받았다. 1962년 건설부 산하 울산특별건설국으로 발령받고 전국 국립공원을 관리하면서 본격적으로 산악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산 풍경을 찍다보니 자연스레 산에 자생하는 식물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1984년 한국투자신탁이 달력에 들어갈 꽃사진 촬영을 제의하자 그때부터 본격 야생 자생식물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문씨는 그 후 20여년간 꽃사진 달력에 들어간 사진을 촬영했다.
신용만 작가
신씨는 스승의 사진이 '꾸밈없이 정직하다'고 했다. "사진은 그 사람의 마음과 행동을 담는다고 하죠. 문 선생님의 사진을 보면 은은하면서 가식이 없어요.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스스로 느끼시기에 사진 찍을 때 절대 자연을 훼손하는 법이 없죠"
화답하듯 꺼낸 문씨의 말속엔 그의 사진철학이 담겨있었다. "전국 산을 돌아다니다보면 가끔 사진 찍는 사람들에 의해 자연이 훼손되는 경우를 봅니다. 안타깝지요. 자연은 있는 모습 그대로 카메라에 담길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