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재료와 고운 색감의 김밥으로 10년째 단골을 키워가는 화북시장 내 '한동김밥'의 김정순씨. /사진=이승철기자
소풍의 추억 살려낸 고운 색감에 눈·코·입 행복속재료 국산 고집… "먹을거리는 재료가 최우선"
소풍날 아침. 설레는 마음을 더 달뜨게 만든 건 '김밥'이었다. 엄마가 새벽부터 분주하게 김에 밥과 갖은 야채를 넣어 돌돌 말아놓은 김밥을 눈뜨자마자 한 입 집어먹으면 행복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온몸으로 퍼지곤 했다. 각각의 속재료가 입안에서 하나의 맛으로 조화를 이루던 그 맛은 언제 들춰내도 소풍의 추억과 버무려지며 기분좋은 맛으로 기억된다. 소풍 전날 행여 빗방울이라도 떨어지지 않을까 밤잠을 설치며 뒤척이던 기억까지도 되살려내는 게 김밥이다.
소풍이나 운동회날에나 실컷 먹을 수 있었던 김밥은 이제 식당, 편의점 등에서 손쉽게 사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이 됐다. 하지만 김밥은 여전히 먹기 간편하면서도 영양학적으로도 뒤지지 않고, 입이 궁금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제주시 화북시장 안에 있는 '한동 김밥'도 김밥 하나로 승부를 거는 곳이다. 주인장은 "아이들 소풍날이면 김밥을 넉넉히 싸서 나눠먹곤 했는데, 주변으로부터 맛있다는 소리를 늘 듣곤 했다"는 김정순(58)씨다. 솜씨좋은 손맛을 살려 이 곳에서 김밥 장사를 시작한 게 올해로 딱 10년째다.
▲누드김밥 고추김밥 계란김밥 일반김밥
김과 밥을 기본으로 단무지, 당근, 계란, 오이, 오뎅, 햄, 맛살 등 색색의 재료를 넣어 돌돌 말아낸 김밥이 뭐 그리 특별할 게 있겠냐는 이도 있다. 하지만 고운 색감에 눈이 먼저 즐겁고, 간편하게 집어먹을 수 있으니 남녀노소 누구나가 마다하지 않는 게 바로 김밥이다. 가을 햇살이 좋은 요즘 바깥 나들이에 김밥이 빠지면 섭섭하다.
김밥은 밥짓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쌀과 찹쌀을 섞어 압력밭솥에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해 준비한다. 그리고 단무지, 당근, 오이, 햄, 맛살, 쇠고기 등 김밥속 재료들도 양념해 준비한다. 계란을 부칠 때는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풀 때 참기름을 약간 넣는 게 비결이라고 김씨가 알려준다.
일반김밥에 들어가는 기본 속재료에 추가하는 재료에 따라 누드김밥, 쇠고기김밥, 참치김밥 등으로 탄생한다. 도톰하게 계란옷을 입혀 만든 계란말이김밥이나 고추· 쇠고기·마늘을 넣어 만든 매콤한 쇠고기고추김밥도 한동김밥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주문·배달 전문점인 식당엔 도내 각지에서 주문전화가 쏟아진다. 어디 그 뿐이랴. 수학여행단에서부터 제주관광을 위해 부두에 막 도착한 개별관광객들의 주문량도 제법 된다. 주문량이 들쭉날쭉이지만 많을 적엔 하루에 1000줄 이상의 김밥을 만드는 날도 많다. 새벽 2~3시부터 식당에 불이 켜지는 이유다. 광고 한 번 낸 적 없고 흔한 식당 홈페이지도 없지만 도내외 손님이 끊이지 않는 비결이 궁금했다.
"글쎄요? 맛보신 손님들이 내주는 입소문 덕이 아닌가 해요. 손님의 상당수는 단골들이죠. 주변에 김밥집이 많고 많은데 일부러 우리집을 선택한 손님들이 드실 음식이니 정성껏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을 늘 갖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김씨는 가공식품을 빼고는 김밥 재료로 철저히 국산만을 고집한다. 식당 한 켠엔 재료 원산지를 상세히 표시해 놓는다.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듯이 신선한 국산 재료를 쓰고 그만큼의 값을 받겠다는 게 김씨의 오랜 고집이다. 일반김밥 외의 김밥은 재료를 준비해야 하는 관계로 5줄 이상 주문시 예약할 수 있다. 일반김밥은 한 줄에 2000원, 참치김밥 3000원, 누드김밥과 쇠고기김밥은 3500원, 계란김밥은 5000원이다. 문의 755-1748, 011-694-3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