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합니다](56)김유정 미술평론가의 추천<br>-양인옥 화백의 '방선문'

[추천합니다](56)김유정 미술평론가의 추천<br>-양인옥 화백의 '방선문'
서양화로 그려진 영주십경의 한 풍경
  • 입력 : 2011. 09.27(화) 00:00
  • /한국현기자 khha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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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옥 화백의 '방선문'

○…초가을 방선문 정취 묘사
○…화가의 낭만적 기질 가득
○…그림에 제주사랑 오롯이

방선문 계곡은 제주도에서 가장 긴 하천인 한천(漢川)의 상류에 위치한 계곡이다. 계곡이 제법 깊고 운치가 있어 예로부터 선비 묵객들이 시회(詩會)를 열기 위해 자주 찾았던 곳이다. 계곡 한편에서 뻗어 나오면서 아치형 문을 이루고 있는 곳이 방선문(訪仙門). '신선이 방문하는 문'이다. 방선문은 '들렁귀'라고도 하는데, 영주십경 중 하나인 '영구춘화(瀛邱春花)'의 지명이기도 하다. 들렁귀는 제주 고유의 말로 '들렁'은 '속이 비어 툭 트임'이라는 뜻이며 '귀'는 입구란 의미다.

방선문을 그림으로 엮어낸 화가가 있다. 제주섬 출신으로 지금은 고인이 된 양인옥(1926~1999) 화백이다. 미술평론가인 김유정(50)씨는 "양인옥의 '방선문'은 보기 드물게 서양화로 그려진 영주십경의 한 풍경이며, 이 그림은 오늘날 화가들이 잘 생긴 경치만을 찾아 나서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전통에 대한 안목과 낭만적인 기질 없이는 그릴 수 없는 그림"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영주십경 가운데 가장 많이 그려진 풍경은 성산포(城山日出)와 한라산(鹿潭滿雪)이며, 이 두 경치는 제주섬을 찾는 육지의 화가나 동네 화가들이 빼놓지 않고 그리는 '약방의 감초'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주십경의 한 풍경인 방선문을 서양화로 그린 화가는 아마도 양인옥 화백이 처음일 것"이라고 했다.

양인옥 화백은 서귀포 출신 폭풍의 화가 우성 변시지 화백과 일본 오사카 미술학교를 같이 다녔다. 1947년 오사카 미술학교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양인옥은 20대에 다시 제주를 떠나 전남 목포와 광주에서 평생을 화가이자 교육자로 활동했다. 화가치고는 드물게 호남대 학장과 총장을 역임했다.

소년시절을 제주섬에서 보낸 양인옥은 국전(國展) 등용이 객지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라는 일념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 결과 국전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을 지냈고 1999년에는 오지호 미술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미술과 호남화단의 중심에 섰다.

▲김유정

김유정씨는 "양인옥 화백은 제주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61년과 1981년 두 차례 고향에서 개인전을 가진 적이 있다"며 "그를 기억하는 제주 사람들은 60대를 넘어섰다"고 했다. 그는 "신선을 만날 수 있는 방선문은 봄에 찾아야 제맛이 난다고 하지만 양인옥 화백은 오히려 초가을 방선문의 정취를 그렸다"며 "계곡 바닥을 짚고 선 단단한 바위의 골격 너머로 보랏빛의 그윽하고 찬 기운이 가득 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선문'을 보노라면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과 그림으로 보는 아름다움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방선문'은 다음달 25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 상설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양인옥, 색채의 연금술사'에 가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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