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터널 속으로…
▲5·16도로 숲터널. 박재형 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은 서귀포의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는 5·16도로를 건너며 제주의 속살을 만난다고 했다. /사진=강희만기자
○… 고교 1학년때 처음 지나○… 비경 서귀포와 닿는 길○… 더 이상 확장 없었으면
5·16도로의 역사는 193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도지'제4권(2006) 산업·경제편에 따르면 한라산을 가로질러 서귀포로 이어지는 임도(林道)가 그 시작이었다. 1943년 지방도로 지정됐다. 1956년에는 건설부, 제주도 등이 나서 이 도로를 넓히기로 하고 산천단에서 성판악까지 연차적으로 공사를 벌였다.
1961년 5·16 쿠데타는 5·16도로를 본격적으로 정비·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1962년 건설 기공식을 대대적으로 실시했고 1969년 10월 개통식이 이루어졌다. 널리 알려졌듯 5·16쿠데타때 만들어졌다고 해서 5·16도로로 이름붙여졌다.
제주시와 서귀포간 5시간 거리를 1시간 30분으로 줄이며 제주시 출입에 불편을 겪었던 서귀포와 한라산 남쪽 주민들에게 '감격'을 안겼던 5·16도로는 그 한편에 계곡과 잡목으로 우거졌던 원시림이 황폐화될 위기를 겪으며 질긴 생명을 이어왔다. 한라산을 가로지르는 길을 닦으면서 몇차례 자연훼손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1999년만 해도 5·16도로 확장 추진을 둘러싸고 반발이 컸다.
박재형(61) 제주도교육청 정책기획실장은 고등학교 1학년때인 1967년 마이크로 버스를 타고 이 도로를 처음 지났다. 당시 앳된 소년의 눈에 비친 5·16도로 주변의 풍광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빼어났다.
"직접 차를 몰고 서귀포를 오갈때면 5·16도로를 이용한다. 5·16도로에서 눈길에 미끄러져 두번이나 교통사고를 당하고 짙은 안개에 겁이 날 때도 있었지만 '악착같이' 다시 그 도로로 향하게 된다. 성산일출봉처럼 우뚝 솟은 화려함이 없지만 원시림이 풍기는 넉넉한 자연스러움에 늘 감탄하게 되기 때문이다."
제주시 도심을 출발해 제주산업정보대학을 벗어날 무렵부터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고 했다. 새싹이 돋고 초록잎이 무성해지고 단풍이 물드는 계절의 변화를 제주의 속살을 만지듯 가깝게 지켜볼 수 있어서다. 그에게는 눈길을 두는 곳곳 표정이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길이 5·16도로다.
▲박재형 실장
다만 요 몇년새 한라산 등반객들이 너나없이 차를 끌고 나와 길가에 주차하는 일이 잦아 성판악 부근을 지나는 마음이 편치않다고 했다. 길을 크게 내는 등 5·16도로에 남아있는 천연림이 다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5·16도로는 서귀포의 아름다움과 맞닿아 있어서 더욱 좋다. 서귀포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 서귀포 앞바다, 돈내코 등 그곳에는 감동을 주는 공간이 많다. 그래서인지 서귀포로 향할 때면 가슴이 뛴다. 5·16도로는 그 설렘을 안고 건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