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이 행사가 열리는 올레 18코스에는 사라봉 일제동굴진지를 비롯 제주4·3의 아픔을 간직한 곤을동 마을 등 제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구간별 전문가 스토리텔링에 환경정비 활동도 전개
한해가 저문다. 한국의 미는 곡선의 미다. 제주 올레는 제주사람들이 걸어온 굴곡진 삶의 여로다.
한라일보사와 제주지방검찰청이 올레 18코스에서 2011년을 뒤로하며 해넘이 행사를 마련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사단법인 제주올레가 후원하는 해넘이 행사는 오는 24일 사라봉을 출발해 함덕해수욕장까지의 여정이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 생태, 그리고 제주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밟아가며 한해를 마무리하고 활기찬 새해를 맞이하는 자리다. 건입동·화북동·삼양동주민센터와 조천읍을 비롯한 주민자치위원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마을회, 청년회, 제주시농협도 참여한다.
참가자 700여명이 사라봉 정수장 입구에 집결, 오전 8시30분 출발해 함덕해수욕장 해변까지 18km가량을 걸으며 올레길을 수놓는다. 소요시간은 5~6시간으로 잡고 있다. 행사 주최측은 구간별로 선정된 역사유적 등 해설 포인트에서 전문가의 스토리텔링 설명을 곁들여 탐방객들에게 마을의 속살을 만끽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올레코스에 대한 환경정비도 벌여 행사의 의미를 더할 참이다. 참가자에게는 올레 전체코스에 역사유적지에 대한 사진과 간단한 설명을 담은 올레 스카프도 제공된다. 조천만세동산(오후 1~2시)과 함덕해수욕장(오후 2~3시)에서 15분 간격으로 사라봉입구까지 연결하는 무료셔틀버스도 운행한다.
▲사진 위부터 사라봉의 일제동굴진지, 화북포구의 해신사, 조천대섬. /사진=강경민기자
올레 18코스에는 제주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출발지점인 사라봉의 일제동굴진지와 베품의 삶을 김만덕의 묘비, 봉수대도 빼놓을 수 없다. 오름에서 내려다보는 제주시 전경과 바다풍경은 탄성을 자아내는데 부족함이 없다. 제주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운동코스인 별도봉으로 이어지는 해안길은 이채롭다. 직벽에 가까운 웅장한 해안절경도 일색이다. 시원스런 파도소리가 청량감을 더하고 푸른바다 위를 나는 새들의 나래도 자유롭다.
제주 4·3의 아픔을 간직한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현재 집터만 남아 있지만 작은 터마다 내년 봄 노랗게 피어날 유채꽃을 그리워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환해장성과 화북비석거리, 화북진지, 해신사도 역사의 기록물이다. 화북포구도 예전 제주를 대표하는 항구로 유명하다. 유배인들의 애환과 제주 바다사람들의 애환이 켜켜이 박혀 있는 곳이다. 민속자료로 지정된 김석윤 가옥도 만나 볼 수 있다.
환해장성은 곤을동을 시작으로 삼양3동까지 이어진다. 선사유적지와 불탑사 오층석탑, 검은모래해변은 삼양의 자랑거리다. 신촌의 남생이못과 신촌향사도 둘러본다.
평소 도로에서만 바라봤던 대섬을 거쳐가며 보는 원담도 앙증맞다. 조천의 비석거리과 연북정, 조천진성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낸다. 조천만세동산과 연대, 그리고 시원스럽게 굽이치는 신흥리 해안도로도 밟는다. 액을 막는다는 방사탑이 있고 겨울 철새인 가마우지도 볼 수 있다.
서우봉과 코발트빛 바다의 잔물결이 올레꾼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신묘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밝은 임진년을 맞는 탐방객들의 가벼운 발걸음이 기대된다.
▲올레 18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