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25시]생활기록부의 '불편한 진실'

[편집국25시]생활기록부의 '불편한 진실'
  • 입력 : 2012. 01.17(화) 00:00
  • 이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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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을 한 초·중·고 학생들의 징계 내용이 기록된다. 초·중학교는 졸업 후 5년간, 고교는 10년간 자료가 보존돼 대학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교과부는 이런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 지침'을 적용하기로 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여기서 결정된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사항이 학생부에 기재된다.

이쯤되면 또 하나가 떠오른다. 지난해말 초·중·고 학생들의 '욕설'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당시 교과부는 '학생 언어문화 개선 종합대책'에서 욕설이 심한 학생들은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입시과정의 '학교장 추천 대상'에서 제외해 상급학교 진학 시 불이익을 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교과부의 모든 대책은 '학생생활기록부 기재'로 귀결된다. 생활기록부에 남겨진 이런 기록들은 상급학교 진학시 입시전형자료가 되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에게는 "학교폭력에 대해 신고하지 않거나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고, 학교폭력을 제대로 해결하면 해외연수 같은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해당 교사의 주관에 따라 어느 정도의 폭력이나 욕설을 기재할 것인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니면 객관화해서 000은 몇점, XXX은 몇점, 이렇게 욕설마다 점수를 매겨 기록할 것인가? 한심한 대책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의 학교폭력과 욕설은 또다른 관점에서 보면 입시위주의 교육제도에서 인성·심성 교육보다는 학력·시험성적을 우선시하는 어른들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결국 정부는 이것마저 '입시'와 '성적'을 무기로 풀어보겠다는 심산이다.

무조건 문제가 발생하면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것으로 으름장을 놓으려는 방법은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의 현실을 고치거나 욕설의 뜻도 모른채 입밖으로 뱉어내는 아이들의 언어순화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강압적인 방법보다 먼저 주변부터 돌아봐야 한다. 청소년들은 어디서든 접하고 있는 대중문화에서 끊임없이 욕설과 폭력을 맞닥뜨릴 수 밖에 없다. 완전히 노출시켜놓고 '너희들은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니 하지 말라'는 이기적인 발상은 아이들을 더 궁지로 몰아갈 뿐이다. <이현숙 제2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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