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밝힌 자료(2010년 기준)에 의하면 국외에 소재해 있는 우리 문화재는 모두 10만 7857점이다. 이 중 2/3에 가까운 6만 여점이 일본에 존재하고 있다.
일제에 의해 국권이 피탈된 지도 어느덧 10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리는 일본의 식민통치 역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광복 후 채 뿌리 뽑지 못했던 일제의 흔적이 상흔처럼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일본의 식민 통치조차도 역사이기 때문에 철거하거나 청산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일본의 강압적인 통치로 인해 우리가 잃어버린 정신만큼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데 반문을 제기하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의 잃어버린 정신을 바로 잡고 되돌릴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오랜 시간 우리의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은 혜문 스님이 책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를 통해 길을 제시해준다.
책에는 스님이 지난 5년간 빼앗긴 문화재의 반환 운동을 추진하면서 수없이 던졌던 "우리는 왜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얻기 위해 연구하고 실천했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3개의 장으로 나눠 전개되는 책 1부에서는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면서 일어난 사건들이 담겨 있다. '국모' 명성황후를 시해한 칼이 아직까지 일본 신사에 기념물처럼 보관됐다는 사실 등 아프지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2부는 우리가 되찾은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다. 각고의 노력 끝에 돌려받은 우리의 문화재들이 어떻게 활용되고 관리되고 있는지 짚어가면서 진정한 의미의 문화재 환수에 대해 되짚어 본다. 마지막 3부에서는 앞으로 되찾아야 할 문화재를 정리하면서 아직까지 우리 앞에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지적한다.
책을 통해 스님이 이야기 하는 것은 단순한 '문화재 환수'가 아니다. 조상들이 후손에게 물려준 정신을 찾는 과정으로 우리 스스로가 우리 역사 앞에 떳떳한 주인으로 우뚝 서는 과정인 것이다.
"혼이 담긴 계란은 바위를 깰 수 있다"는 스님의 신념처럼 문화재 환수의 과정에서 우리가 진정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역사의식이다. 우리의 문화재가 관광상품 혹은 단순히 외워야 하는 교과서 속 지식으로 치부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스님은 단단하게 굳어버린 우리의 그릇된 역사의식에 혼이 담긴 돌을 던지고 있다. 작은숲.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