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되돌린 그때 그 추억](12)이영운 제주외고 교장

[사진으로 되돌린 그때 그 추억](12)이영운 제주외고 교장
"교직의 출발점… 열정에 찬 교사들 못잊어"
  • 입력 : 2012. 04.19(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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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교장(뒷줄 왼쪽)이 1978년도 효돈중 졸업식에서 김성문(뒷줄 가운데)·강문칠(오른쪽)교사, 제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군복무후 효돈중 첫 부임…이불 싣고 하효동서 자취
동료와 노래 만들어 보급…선배 교사는 훌륭한 멘토

제주외국어고등학교 이영운 교장(60·전도 고등학교장 자율장학연구회장)이 꺼내든 사진에는 서귀포시 효돈중학교의 어느 날이 담겨있었다. 1978년도 졸업식에서 찍은 한 컷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처음으로 부임했던 그곳에서 이 교장은 평생 기억에 남을 멘토를 만났다.

효돈중 재직 기간은 1978년부터 1982년까지. 당시만 해도 먼거리에서 통근할 경우 교사들은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해 살았다. 제주시가 고향인 이 교장도 시외버스에 이불 따위를 싣고 하효 마을로 향했다. 효돈중에 다니던 백성익 학생의 집에 방 한칸을 얻어 짐을 풀었다.

▲이영운 교장

학교폭력이니, 교권 추락이니 하는 용어가 등장하는 이즈음과 달리 사제간 정이 남다르던 때였다. 영어교사였던 그는 성적이 모자란 학생들을 따로 모아 가르치는 등 애정을 쏟았고 아이들은 감귤이며 떡을 자취방에 가져오거나 주말에 빨래를 도와주기도 했다. 독감에 걸려 결근한 어느날엔 당유자로 차를 끓여 갖다준 여학생도 있었다.

아이들 만큼 잊을 수 없는 이들이 동료 교사들이다. 이 교장은 "참으로 운좋게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했다. 훗날 교장으로 퇴임한 강대천 교무부장은 훌륭한 멘토였다. 강 교사는 그에게 생활지도, 교수법, 지역민과의 관계 등 여러 방면에서 가르침을 줬다.

비슷한 나이대의 교사들도 다르지 않았다. 현재 제주과학고 교장으로 있는 김성문, 제주관광대 교수를 지낸 강문칠을 비롯 강상무 김영진 김수관 이봉만 등 열정에 차있는 교사들과 어울리며 교육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키워갔다. 방학때 너나없이 모여 전국 여행에 나선 적도 있다.

이 시기에는 아이들과 함께 부를 노래도 잇따라 제작했다. 그가 노랫말을 쓰고 강문칠 교사가 곡을 붙인 노래는 지금도 제자들 사이에서 불려진다. '귤 냄새 속에 익는 우정이 하늘로 떠갈 때 사랑으로만 가득한 이곳에 우리는 행복하네'라는 가사가 흐르는 '대지(大志)'만이 아니라 '영실', '가난히'등이 그 무렵 지어졌고 이 곡들을 교사, 학생들에게 보급했다. 이 일로 학교에 음악적 분위기가 퍼졌고 합창단도 결성됐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흘렀다. 그도 나이를 먹었고 아이들도, 교사들도 그 때의 모습이 아니다. 교육 현장이 점차 메말라간다는 걱정도 크다. 하지만 수 십년전 교사와 아이들이 입맞춰 화음을 빚어냈듯 어린 학생들을 위한 그의 노래는 계속되고 있다. 2010년 지금의 학교로 부임한 이 교장은 그때 그 시절처럼 강문칠 작곡의 '느티나무여 영원하라'는 이름이 달린 '제주외고 찬가'를 만들었다. '차가운 머리 따뜻한 가슴으로 세상 품으며 어둠의 빛이 되리'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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