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되돌린 그때 그 추억](13)채운배 제주동부경찰서장

[사진으로 되돌린 그때 그 추억](13)채운배 제주동부경찰서장
"태권도, 인생의 '제2막' 전환점"
  • 입력 : 2012. 04.26(목) 00:00
  • 강봄 기자 spri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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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8월 육군훈련소에서 총검술훈련을 마친 뒤 휴식 도중 태권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채운배 서장.

외소한 체격 불만 입문… 삶의 버팀목
86아시안·88올림픽 특공대장 등 지내
무장탈영병 검거 등 경찰생활에 보탬

"태권도를 통해 공부만 잘 하던 소년에서 강인한 경찰로 다시 태어난 셈이죠."

중학교 시절 전교 1, 2등을 다투던, '공부만(?) 잘 하는' 학생이 있었다. 그 소년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지만 왜소한 체격에 불만(?)을 품고 공부만 잘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을 깨닫고 태권도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후 그는 제주시 대표로 나서 은메달을 획득할 정도로 태권도에 흠뻑 빠져버렸다.

채운배 서장

제주동부경찰서 채운배(56) 서장. 어린 시절 공부만 하던 왜소한 체격의 그에게 태권도는 인생의 '제2막'을 열게 해 준 전환점이 됐다.

대입을 준비하던 그는 때마침 '무도전투경찰' 특채를 시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응시, 당시 제주지역에서 선발된 두 명 중 한 명으로 뽑혀 1976년 7월 육군훈련소(논산훈련소)에 입소하게 된다. 그는 군 복무 시절 1개 중대 250명 가운데 9명으로 이뤄진 '특공분대'의 일원으로서 태권도 사범 역할까지 하게 된다.

3년 동안의 군 복무를 마친 후 곧바로 1979년 경찰에 입문한 그에게 또다른 인생의 전환점이 다가왔다. 1982년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게임에 대비, 경찰에서 대테러 특수부대를 창설한 것이다. 8차 시험까지 치른 끝에 63명의 제1기 특공대원 중 한 명으로 선발된 그는 내친 김에 특공대장을 목표로 12년여 동안의 준비 끝에 3개의 특공대 가운데 제1특공대장을 맡게 됐다.

"최첨단 장비로 중무장한 요즘 특공대에 비하면 당시에는 매우 어려운 조건에서 특공훈련을 받았다. 장비가 열악하다보니 모든 악조건 속에서 훈련을 하는 것 만이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전했다.

특공대원 시절 그에게 잊지 못할 굵직한 사건이 있었다. 1983년 서울 신림동 오색여인숙 무장탈영병 사건과 1996년 한총련 연세대 점거·시위다. 특히 무장탈영병 사건은 당시 특공연대 병사 2명이 무장이탈해 여인숙에서 총기를 난사한 사건으로, 수류탄까지 터트리는 등 진압과정에서 경찰까지 사망했다고 한다. "죽을 각오로 진압작전에 임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총기가 난사하고 수류탄까지 터지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작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었겠느냐"며 지난 날을 돌이켜 생각했다.

33년 전 '민중의 지팡이'로서 첫 걸음을 짚은 그는 이제 어느덧 한 조직의 수장이 됐다. "태권도를 배우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겠죠. 지금쯤 영어교사로서 교단에 서 있겠죠." 사뭇 어울리지 않는 또다른 그의 미래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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