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3특집]특별초대석-배병우 사진작가

[창간23특집]특별초대석-배병우 사진작가
사진으로 그리는 제주의 오름수묵화
  • 입력 : 2012. 04.23(월)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오름시리즈(om1a-017hc), 2003, Diasec in Artist's Frame, 135 x 260 cm

소나무 찍는 사진작가로 세계적으로 유명
33년간 제주의 아름다움 카메라에 담아내

○…소나무 사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배병우 작가가 제주에서 작업하는 일이 잦아졌다. 제주의 오름과 바다의 매력에 푹 빠져 이를 앵글에 담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배 작가는 오는 7월 사진집 발간을 통해 제주의 오름을 촬영한 그의 작품을 도민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본보가 창간 23주년을 맞아 제주에서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는 배 작가를 만났다.…○

"제주의 오름과 바다를 찍을 수 있었던 건 내겐 큰 행운이었다."

33년째 제주의 오름과 바다를 카메라에 담아오고 있는 사진작가 배병우(62)씨.

배병우 작가는 소나무를 찍는 사진작가로 유명하다.

1994년과 1995년 일본에서 열린 전시회를 통해 배 작가의 소나무 사진은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유럽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탈리아 아트넷 사장은 그의 사진을 보고 "동양 수묵화의 전통을 사진으로 다시 구현하는 것 같다"며 "사진이지만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그렸다면서 '신낭만주의'"라고 표현했다. 7년전 영국 출신의 가수 엘턴 존은 배 작가의 작품에 깊은 감동을 받아 당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작품을 구입했고, 지난 2009년 한국을 찾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에게 사진집이 선물될 정도였다. 현재 일본 국립현대미술관, 독일 아핀자 컬렉션, 이탈리아 시실리 컬렉션 등 세계 곳곳에 작품이 걸려 있기도 하다.

이런 배 작가가 제주의 오름과 바다를 소나무 사진(1982년부터 촬영)보다 더 일찍 카메라에 담아 왔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1979년 제주에 처음 왔을때 백운철 현 제주돌문화공원 총괄기획단장의 소개로 서귀포시 중문~화순리까지 이어지는 해안에서 바다 사진을 찍었다. "지금은 이곳에 올레길이라고 길이 만들어졌지만, 당시는 길이 없어 엄청 고생하면서 촬영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대학강단에 서게되면서 여름 방학마다 제자들과 함께 제주에서 워크숍을 개최해 인연을 이어갔다. 도내 유명한 맛집을 다 꿰고 있는 것만봐도 그가 얼마나 제주를 많이 누볐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배 작가는 "자신의 작품 절반이 경주에서 찍은 소나무이고 나머지가 제주에서 촬영한 오름(바다)"이라면서 제주와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특히 올해 7월에는 제주의 오름을 촬영한 작품의 사진집이 발간될 예정이다.

배 작가의 작품에는 '사진으로 그리는 수묵화'라는 별칭이 따라 붙는다. 오름도 이와 비슷한 느낌으로 촬영했다는데 그의 작품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시바 시게오 미술평론가(일본 나고야 중부대학교수·전 일본 국립미술관 큐레이터)는 "배 작가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자연세계를 알리기 위새 그곳에서 인간세계로 보낸 이 같다"며 "일본에서도 벚꽃과 소나무를 찍는 사진가가 많지만 배 작가 작품처럼 감동을 주는 사진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의 작품에는 인간이 없는 데도 불구 인간이 살아 숨쉬는 것처럼 보이고, 3차원을 2차원이란 평면에 담아 냈음에도 깊이를 느낄 수가 있다"고 평했다.

▲소나무시리즈(snm1a-017v), 1994, Diasec in Artist's Frame, 260 x 135 cm

배 작가는 "한국에만 있었을때는 제주가 이렇게 특별한 곳인지 몰랐다. 남해안에 아름다운 섬이 많은데 제주가 그 정점에 있는 것 같다"며 "오름마다 가지고 있는 분화구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가 없는 풍경이라면서 이런 제주를 사진으로 담아낼 수 있었던 건 나 자신에게도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오름은 여성의 이미지가 강하다면서 여성 중에서도 엄마라는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제주의 신화에 나오는 설문대할망을 떠오르게 한다"고 제주의 오름풍경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신의 고향보다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고 자랑하는 배 작가.

30년 넘게 제주를 찾으면서 무엇보다 환경이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이 너무나 가슴아프다는 배 작가는 "해안도로가 생기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해안선이 망가지는 것을 보았는데 자연을 너무 쉽게, 아무런 감정없이 파괴하는 모습을 보고선 도내 일간지에 환경파괴를 고발하는 칼럼까지 쓴적이 있다"며 사진을 통해 제주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배 작가는 1950년에 전남 여수에서 태어나 홍익대 미술대학·대학원을 졸업하고 1982년부터 서울예대 사진학과 교수로 활동해 오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휴스턴·시카고현대미술관, 도쿄국립근대미술관 등지에 작품이 소장됐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41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