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따라 여행길따라]섬속의 섬 '우도'

[올레길따라 여행길따라]섬속의 섬 '우도'
눈시린 쪽빛바다와 검은 돌담이 그려낸 봄 수채화
  • 입력 : 2012. 05.05(토)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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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속의 섬 우도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눈부시게 하얀 백사장이 그림같은 풍경을 빚어내는 '홍조단괴 해빈'. /사진=문미숙기자

자연과 사람이 교감하니 특별한 추억 한가득
16㎞ 해안선 따라걷는 올레길엔 여행객 북적

제주섬에 살지만 또다른 섬으로 떠나는 일은 설레는 일이다. 소가 드러누운 형상을 빼닮았다는 제주 동쪽 끝 섬 '우도(牛島)'. 그 섬은 성산포항에서 도항선으로 10분 남짓이면 닿는다.

우도는 제주도에 딸린 사람사는 섬 가운데 가장 크다. 예전에는 자동차로 섬을 한바퀴 휙 둘러보고 떠나는 여행객이 대부분이었지만 16㎞의 올레코스가 선보이면서 느릿느릿 걸으며 섬의 구석구석을 온몸으로 느끼려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배로 우도 천진항에 내리자마자 어떤 이는 올레를 따라 발길을 재촉하고, 누군가는 자전거를 빌려탄다. 대여섯시간을 걷는 게 부담스럽고 시간이 넉넉지 않다면 해안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도는 관광버스를 타고 둘러보는 방법도 있다. 버스는 주요 관광지를 거치는데 원하는 곳에 내려 맘껏 둘러보고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면 된다.

천진항으로 우도를 찾은 이들이 맨 처음 찾는다는 해발 132m의 우도봉부터 올랐다. 우도에서 가장 높아 '섬머리'라고도 부르는 우도봉에 오르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모를 정도다. 또 우도의 바둑판같은 초록 들판과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성산일출봉, 한라산, 삼각형 모양의 지미봉을 포함한 완만한 제주의 오름군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우도봉 아래 깎아지른 벼랑 아래는 검은 모래로 유명한 검멀레 해변이다.

우도봉 아래 깎아지른 벼랑 아래는 검은 모래로 유명한 검멀레 해변이다. 절벽 끄트머리 아래 '콧구멍'이라는 동굴에는 커다른 고래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섬에서 꼭 들러야 할 곳 가운데 하나가 홍조단괴(紅藻團塊) 해빈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눈부시게 하얀 백사장이 그림같은 풍경을 빚어낸다. 해조류의 일종인 홍조류가 굳으면서 부서져 만들어진 해변은 세계적인 희귀성과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우도에서 순환관광버스를 탄다면 입담좋은 우도 버스기사 아저씨의 맛깔스런 얘기에 여행객들은 시종 배꼽을 잡는다. "우도의 빨간 지붕은 김씨, 파란 지붕은 고씨가 사는 표시"라는 설명에 여행객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걸 진짜로 믿었냐?"며 "집주인 마음대로 색을 골라 칠할 것"이란다. 우도에는 이발소가 딱 한 군데 있다. 나이가 지긋한 이발관 아저씨는 하루에 손님 다섯명의 머리만 깎아주는 탓에 마을 주민들은 미리미리 예약을 해야 한단다. 우체국과 농협, 수협이 있는 곳은 섬의 금융가로 통한다.

▲섬에서 가장 높은 우도봉에 오르면 성산일출봉, 한라산, 삼각형 모양의 지미봉을 포함한 완만한 제주의 오름군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수중화산 폭발로 생긴 섬 우도는 어딜 가나 까만 돌담이 늘어서 있다. 검은 현무암 돌담은 해안변을 따라, 미로처럼 구불구불하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밭과 밭을 경계짓고, 마을안 집과 집을 구분지으며 거센 바람막이 역할을 해낸다.

우도는 해녀의 섬이기도 하다. 43살 최연소 해녀부터 여든을 넘긴 고령의 해녀들은 요즘 바닷가에서 우뭇가사리 수확으로 분주하다. 채취한 우뭇가사리는 마을 골목에서 널어말린다.

우도 여행에서는 먹는 즐거움도 빼뜨리면 아쉽다. 곳곳에서 소포장해 파는 우도 특산물 땅콩과 땅콩아이스크림에 입도 덩달아 즐거운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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