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제주도교육청 정문 앞 도로에서 열린 제주 중학교 교사 순직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교사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라고 외치고 있다. 김지은기자
[한라일보] "다시는 어떤 교사도 혼자서 그 고통을 감당하다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진상규명은 과거를 위한 일이 아니라 앞으로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책임입니다."
1년 전 같은 날, 과도한 민원과 업무로 힘들어하던 남편을 떠나보낸 아내는 "유가족의 상처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 달라"며 다시 한번 외쳤다. 22일 제주도교육청 정문 앞 도로에서 열린 제주 중학교 교사 순직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다. 고인의 아내가 유가족을 대표해서 쓰고 동료 교사가 대신 읽은 추모사에는 1년이 지났음에도 끝나지 않는 아픔이 담겼다.
빗방울이 흩날리는 날씨 속에 이날 오후 7시부터 진행된 추모문화제에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비롯해 시민들의 발길이 모였다. 이들은 20년간 학생 곁을 지켰던 고인을 추모하며 그의 죽음을 외면하지 말라는 목소리를 냈다. 참석자들이 든 피켓에는 '교사 죽음 외면 말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교육청은 교사 죽음 방치 말고 학교 지원방안 마련하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러한 요구는 1년이 지나도록 계속되는 외침이다. 고인의 유가족과 교사유가족협의회는 지난해 10월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외부 전문가 없이 진행된 진상조사 폐지와 독립적인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허위 경위서 작성 책임자 처벌, 순직 교사 유족 예우 등을 제주도교육청에 요구했지만 "단 하나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마이크를 잡고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한 박두용 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경찰, 소방관, 군인 등과 달리 교사의 순직은 한없이 가볍게 다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교사의 죽음을 개인사·의문사로 묻어 버리는 사회,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는 사회는 교사를 지킬 수 없다"며 "한 교사의 순직을 가볍게 흘려보내는 교육청은 교실을 지킬 수 없다"고도 했다.

박두용 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가 22일 제주 중학교 교사 1주기 추모문화제에서 교사 사망 이후 지금까지의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유가족과 참석자들은 고인을 추모한다면서도 이날 추모문화제에 참석하지 않은 도교육청을 비판하기도 했다. 유가족은 이번 추모문화제가 지난해 5월에 있었던 고인의 추모제처럼 교육청 청사 앞마당에서 열리길 바랐지만, 교육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교육청은 같은 날 자체 주관으로 별도의 추모식을 예정했다가 유족의 반대로 취소했다.
현승호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이날 추모사에서 "추모제조차 유족의 요구와 상관없이 교육청 앞마당이 아닌 길바닥에서 치러지는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17개 시·도교육청 중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왜 이토록 유가족에게 잔인한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행정 앞에서 고인은 아직도 편안히 눈을 감지 못한다"며 "누구에게도 선생님께 제대로 사과하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추모문화제는 도내 4개 교원 단체(새로운학교제주네트워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 제주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제주모임)와 교사유가족협의회가 공동 주관했다. 추모 의례와 추모 공연을 시작으로 경과 보고, 추모사, 추모 공연 등으로 이어졌다.
■한라일보 기사제보▷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