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양리포트 4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2)동귀마을어장 조간대(상)

[제주해양리포트 4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2)동귀마을어장 조간대(상)
제주의 대표적 '기수역' 다양한 해양동식물 '보고'
  • 입력 : 2012. 05.21(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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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귀 하부조간대의 지충이, 톳, 구멍갈파래 등 다양한 해조류 군락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청정한 해역 서식 염생식물 띠 군락 푸른초원 연상
아아용암류 암석 조간대 해양동물 서식 공간 제공
용천 '거스린 물' 복원후 원형상실 가치 하락 방치

제주시 애월읍 동귀리 조간대는 도내 다른 마을어장에 비해 조간대의 폭이 넓은 편으로 육상에서 유입되는 오염원의 영향이 적어 비교적 다양한 생물이 분포하고 있다.

특히 동귀리 관전동 조간대는 육상에서 담수가 바다로 들어가 바닷물과 서로 섞이는 제주의 대표적인 '기수역'으로 이곳 용천에서 나오는 담수(용천수)와 염수에 적응한 다양한 식물들과 해양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조간대 탐사대는 지난 5월 6일 오후 4시 썰물 시간대에 맞춰 동귀리 조간대를 찾았다. 밀물이 빠져나간 관전동 상부조간대에는 해조류나 저서동물 모두 1∼2종이 우점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해조류중에는 납작파래가 조간대를 거의 덮고 있었고 곱슬염주말과 적갈색의 연골질로 꾸불꾸불한 끈 모양이며 불규칙하게 가지를 많이 내고 모여나 다발을 이룬 꼬물꼬시래기가 돌에 부착해 자라고 있었다. 저서동물로는 따개비와 좁쌀무늬고둥, 총알고둥, 개울타리고둥, 댕가리 등이 주로 관찰됐다.

관전동 상부조간대에는 용천 '거스린 물'을 비롯해 크고 작은 규모의 용천수 3곳에서 흘러 나오고 있었다. 특히 이곳 '거스린 물' 용천수는 보통 내륙에서 해안방향으로 분출되는 용천수와는 달리 해안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분출돼 주민들은 이 용천수를 매우 신성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역주민 문원수씨가 지난 1975년 8월 25일 자비로 복원했고 이후 지난 2010년 5월 31일 행정의 지원으로 '거스린 물' 재복원이 이뤄졌지만 원형이 크게 훼손됐고 물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바닥은 썩어 가는 파래만 가득차 있었다.

▲①하귀와 동귀리 중간에 위치한 조간대에 서식하는 염생식물 띠(삐비) 군락.

▲재복원후 원형이 훼손된 '거스린 물'의 모습.

하부조간대는 생물상이 단조로운 상부조간대와는 다르게 매우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었다. 지충이와 톳, 구멍갈파래, 우뭇가사리, 누운분홍잎 등 모두 16종의 해조류가 관찰됐고 저서동물은 총알고둥과 군부, 밤고둥, 꽃고랑따개비 등 12종을 만나 볼 수 있었다.

관전동 조간대 탐사후 하귀리에서 동귀리 중간에 위치한 조간대에 이르자 청정한 해역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염생식물 띠(삐비)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해풍에 너울거리는 띠 군락은 초원을 연상하게 했다.

조성환 자문위원((주)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은 "이 곳에 분포하는 염생식물 띠 군락은 연안에서 조간대로 흘러드는 육상 유입수를 여과해 연안어장으로 유입되는 오염원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귀리 서쪽에 위치한 동귀리의 조간대는 다양한 범위의 조간대로 구성돼 있었고 삼별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동귀포구'에 인접한 조간대는 뻘의 특징을 갖는 조간대로 구성된 반면 동귀어장 동쪽의 조간대는 하귀 조간대와 같은 다양한 크기의 아아용암류 암반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귀리 상부조간대에 서식하는 납작파래와 댕가리, 지충이, 패 군락

▲동귀리 하부조간대에 서식하는 톳,

강순석 자문위원(제주지질연구소장)은 "제주 대부분의 해안은 빌레해안이지만 이곳은 강정포구와 표선면 가마리 해안, 귀덕2리 해안, 종달리 지미봉 앞 해안처럼 뾰족뾰족 튀어나온 아아용암류 암반해안으로 돼 있다"면서 "아아용암류는 뾰족하게 돌출된 암석으로 부서지기 쉽기 때문에 주변에는 돌맹이로 구성된 암석 조간대가 잘 만들어질 수 있으며 이런 곳들은 패류를 비롯해 해안성 해양동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귀리의 상부조간대 역시 생물상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해조류는 모란갈파래, 애기가시덤불, 부챗살 등이 주로 눈에 띄었고 저서동물은 거북손, 대수리, 댕가리, 좁쌀무늬고둥, 개울타리고둥 등이 관찰됐다. 동귀리의 하부조간대에는 톳, 우뭇가사리, 패, 지충이, 개우무, 미역 등의 해조류가 상부조간대에 비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었으며 저서동물은 담황줄말미잘, 총알고둥, 타래고둥, 큰뱀고둥 등 12종이 관찰됐다.

이러한 동귀리 마을어장 조간대 환경은 바다철새들에게도 중요한 먹이공급원이 되고 있다. 도요·물떼새류들이 번식지인 시베리아 습지로 가기전에 중간 기착지인 조간대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다.

/특별취재팀=강시영·고대로·강경민기자

[전문가 리포트]"사람·물새 공존 생태적곳간으로 보전해야"

▲김완병 자문위원

매년 5월은 제주도 이남에서 월동하던도요·물떼새류들이 번식지인 시베리아 습지로 가기 위해서 중간기착지인 제주도 해안조간대를 통과하는 시기이다.

제주 해안에 내려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대부분 도요새들은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경향이 있으며 개체수는 먹이량과 습지 면적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날 노랑발도요를 비롯해 중부리도요, 흰물떼새들이 동귀 해안조간대 일원에서 게류, 갯지렁이류를 찾고 있었다.

보통 수심이 얕은 조간대는 도요·물떼새류와 백로류의 먹이공급지로 유리하게 작용하는데 제주의 해안조간대는 흑로, 쇠백로, 왜가리 등의 백로류를 비롯하여 물새들의 좋은 취식지가 되고 있다.

▲제주조간대는 도요새 먹이공급원이다.

특히 '거스린 물'과 같은 용천수가 여러군데에서 흘러나오는 동귀 해안조간대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으로 새들의 먹이가 되는 해양생물의 종다양성이 높은 곳이다. 물새들의 먹이 풍부도는 수질 환경과 취식지 면적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이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특별 관리해야 한다.

육상의 환경저해물질이 하천수를 따라 조간대에 유입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주요지점을 대상으로 수질변화, 환경오염물, 잠재적인 먹이원 등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 일대는 지역주민들의 생업 공간이면서 소득원이기 때문에 사람과 물새들의 공존을 위한 생태적 곳간으로 보전돼야 한다.

<김완병 자문위원 (제주자연사 박물관·조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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