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펜 싯만 모다 앚이민 사기젭시에 고냥"

"예펜 싯만 모다 앚이민 사기젭시에 고냥"
제주 매력 보여주는 문순덕의 '제주여성 속담의 미학'
  • 입력 : 2012. 06.15(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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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로 나느니 쉐로 나주(여자로 날 바에는 소로 태어나지)." "예펜 싯만 모다 앚이민 사기젭시에 고냥 똘(아래아)른다(여자 셋만 모여 낮으면 사기 접시에 구멍 뚫는다)." "홀아방 삼 년에 늬기 싀말, 홀어멍 삼 년에 꽤가 싀말(홀아비 삼년에 이가 서말, 홀어미 삼 년에 깨가 서말)."

 이처럼 제주여성 속담은 여성의 위상·풍속·문화 등을 알려주고, 제주여성들의 적극적 사고방식과 삶의 태도를 드러내기도 한다. 역사의 주인공으로서 이 땅에 살아온 제주여성들의 강인함을 속담으로 엿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도는 세계인들이 즐겨 찾고 싶고, 찾는 곳이 됐으며, 제주의 매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여러 사람들의 호기심을 해소해줄 수 있는 대상은 다양하나 문화와 역사에서 찾고자 하는 경향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제주여성 속담의 미학'은 제주도와 제주사람들의 생활, 의식, 사회제도 등 문화적 요인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한다.

 이 책은 21세기 제주 여성과 문화 창조, 전승을 알려주는 중요한 도구이며, 제주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제주의 문화를 유지하면서 살아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제주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여성속담을 주변 섬인 마라도와 비양도, 가파도, 우도, 추자도 등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현지주민들의 경험담을 통해서 동일한 속담이라도 지역에 따라 전승 유무가 달라짐을 엿볼 수 있다.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저자 문순덕씨는 제주여성과 문화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학자다. 이번에 낸 책은 지난 2004년 저자가 펴낸 '제주여성 속담으로 바라본 통과의례'를 토대로 수정하고 보완했으며, 내용을 좀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사진자료를 추가했다.

 그는 "여성들이 왜 차별을 받아왔는지, 여성들은 사회적·제도적 차별을 어떻게 인식해 왔는지,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지, 차별을 깨뜨리려는 시도가 보이는지, 차별보다는 차이를 바라고 있는지 등 여성의 차별에 대한 선배 여성들의 생각과 행동을 속담을 통해 알아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출판 동기를 밝혔다.

 책은 제주여성 속담의 전승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기존 자료집에서 제주여성 속담을 전부 추려낸 후 주제별로 분류했다. 통과의례와 관련 있는 속담을 각 의례별로 분류하고 여성의 위상을 쉽게 드러내고 있는 세시풍속 속담과 여성 비하어, 성 담론의 노예인 여성에 대한 성 관련 속담을 정리했다. 제주도의 각 부속도서에서 전승되는 여성 속담을 소개한 뒤 마무리로는 여성문화 전승의 의미를 다뤘다. 민속원. 3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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