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

[길 路 떠나다]조천읍 선흘리 '거문오름'
원시의 거문오름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 배운다
  • 입력 : 2012. 07.06(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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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개막해 다음달 5일까지 한 달간의 대장정을 이어가는 '2012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은 세계자연유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사진=한라일보 DB

태극길,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구룡농주형'
용암이 분출해 흘러간 용암길도 한시 개방
오후 1시까지 탐방안내소 도착해야 탐방 가능

"구룡이 어지럽게 여의주를 희롱하니

태고의 신기함이 도처에 걸렸구나.

굽이굽이 온 골짜기 감아 도는데

높고 낮은 온 봉우리 그림 병풍이어라.

발길 다한 곳 가로막혀 길이 없는 듯

높은 곳에 올라오면 다시 산 속일세

끝없는 깊은 숲은 어디가 끝이런가?

서산에 흐르는 흰 구름만 한가롭구나"

풍수지리 전문가인 신영대 교수(제주관광대)가 묘사한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거문오름의 형상이다.

8일 개막해 다음달 5일까지 한 달간의 대장정을 이어가는 '2012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은 거문오름의 역사와 문화, 생태환경의 향유를 통해 세계자연유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거문오름은 어떤 곳=해발 456m의 거문오름은 약 30만년 전에서 10만년 전 사이에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오름으로, 분화구는 북동쪽 산사면이 크게 터진 말굽형이다. 거문오름의 진가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용암동굴계를 형성한 용암의 모체라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분화구에서 분출된 용암은 해안까지 경사지를 따라 북동쪽으로 흘러가면서 '선흘곳'으로 불리는 독특한 곶자왈 지형과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인 벵뒤굴,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을 만들었다.

▶거문오름의 역사는 곧 제주근현대사=화산지질학적 가치와 식물의 보고로 주목받는 거문오름의 이면에는 제주 근현대사의 아픔과 비극이 흐르고 있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 108여단 사령부 주둔지로, 오름 곳곳에서 일본군 군사시설인 갱도진지 10여곳이 확인된다. 오름의 험한 산세를 뚫고 분화구 내부로 각종 물자를 수송했던 폭 2m의 병참도로 흔적도 남아 있다.

넓고 깊숙한 오름은 숯을 굽고 화전을 일구던 생활터전이었지만 4·3 당시 일대 주민들의 은신처로 이용됐고, 수직동굴에선 주민이 희생되기도 했다.

▶알고 느끼면 더 재미있다=거문오름 분화구내 알오름과 아홉개 봉우리의 능선을 따라도는 8㎞ 코스의 '태극길'엔 스토리텔링이 가미돼 탐방의 재미를 더해준다.

거문오름은 지세가 변화무쌍하다.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높고 낮게 이어진 깊은 골짜기는 끊어질 듯 다시 이어져 신비한 변화를 보여준다. 아홉개 봉우리와 분화구내 알오름을 품고 있는 형상의 거문오름을 풍수학적으로 보면 아홉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구룡농주형(九龍弄珠形)'을 닮아 있다.

거문오름에서 분출한 용암이 경사지형을 따라 흘러간 길을 걷는 5㎞의 '용암길'은 아열대에서 온대, 난대까지 다양한 식생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또 원시의 숲과 암괴들을 볼 수 있다. 평소에는 탐방이 통제되고, 트레킹 기간에만 한시적으로 탐방로를 개방하는데, 상록수림과 산딸기 군락지를 지나 웃밤오름까지 이어진다.

▶찾아가는 길=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번영로 노선을 타고 조천읍 선흘2리 입구에서 내려 약 700m쯤 북쪽으로 10분쯤 걸어들어가야 한다. 자가용이나 렌터카 이용시에는 번영로(97번 지방도)를 타고 선흘2리 입구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탐방객들이 지켜야 할 사항도 많다.

탐방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제한된다. 사전예약은 필요없지만 탐방 전에 탐방안내소에서 출입증을 받고 탐방수칙을 안내받은 후 탐방에 나서야 한다. 일일 강수량이 25㎜를 넘거나 심한 안개 등 기상악화시에는 탐방이 통제된다.

탐방로에서는 일체의 취사, 화기취급, 식물 채취 행위가 금지된다. 간식은 지정장소에서 먹고, 개인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와야 한다.

탐방중 미끄럼 방지 등 안전을 위해 꼭 등산화를 신고 탐방에 나서야 하는데 트레킹 샌들이나 구두·운동화 탐방은 금지된다. 탐방로 보호를 위해 스틱이나 우산·양산도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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