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32)선흘2리 '방주할머니식당'

[당찬 맛집을 찾아서](32)선흘2리 '방주할머니식당'
검정콩·단호박 넣어 고소한 콩국수 납시오~
  • 입력 : 2012. 07.13(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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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흘2리 방주할머니식당이 자랑하는 검정콩국수. /사진=강경민기자

선흘리의 바람·햇살 맞고 자란
블랙푸드 대표격인 검정콩으로
맛·영양 풍부한 별미 선봬 인기

무더위가 성큼 다가서니 시원한 음식이 절로 생각나는 계절이다. 입맛 당기는 별미로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떠올려낸 게 '콩국수'다. 콩은 예부터 우리민족의 으뜸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콩국수의 주원료인 콩을 일반콩이 아닌 검정콩을 써 더 고소하다는 검정콩국수로 소문난 집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용암동굴계의 모태인 거문오름을 품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에 있는 '방주할머니식당'이다.

성묘순(67)씨가 7년 전부터 꾸려온 식당은 블랙푸드의 대표주자인 검정콩(서리태)으로 만든 검정콩국수와 검정손두부로 유명하다. 검정콩에 함유된 안토시아닌 색소는 노화방지 효과가 탁월하고, 레시틴은 콜레스테롤 저하와 항산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거문오름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 이전엔 한적했던 마을이지만 식당은 콩국수와 도토리묵 등 자연의 맛을 한껏 살린 음식으로 차차 알려졌다. 그리고 세계자연유산 으로 등재후 탐방로가 만들어지고 탐방객들이 몰려들면서 최고의 맛으로 입소문이 났다.

선흘2리 마을에선 요즘 블랙푸드촌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마을안 식당에서 지역의 바람과 햇살을 머금고 자란 검은콩, 깨, 쌀, 메밀 등 검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선보여 유산마을의 먹을거리를 특화하자는 것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한 삶이 행복의 척도가 되면서 검은빛을 띤 블랙푸드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지역주민소득으로 연결시키자는 것이 블랙푸드촌의 구상인 셈이다.

성씨의 아들이 농사지은 선흘리산 검정콩으로 만드는 검정콩국수의 국물은 씻어불려둔 검정콩을 껍질째 삶아 비린내를 없앤후 깨, 소금에 적당량의 물을 넣고 믹서에 곱게 갈아 준비한다. 과연 국물맛이 제대로 날까 싶을 정도로 만드는 과정이 간단하다. 노란빛이 고운 굵은 면발에도 비밀이 숨어 있다. 밀가루에 단호박을 넉넉히 갈아넣어 반죽해 기계로 뽑아내 쓴다.

준비한 콩국물을 그릇에 부은후 삶은 면을 찬물에 씻어 얹고 고명으로 채썬 오이를 얹어내면 검정콩국수 한 그릇이 뚝딱이다. 검정콩국물에 빠진 노란 면의 고운 빛깔맛이 궁금해 걸쭉한 국물부터 한 수저 떴다. 고소한 맛이 입안 한가득이다. '먹는 즐거움'이 이런 걸까? 이번엔 국물에 적셔 면을 후루룩 먹으니 쫄깃쫄깃하다. 그렇게 국물과 면을 번갈아 먹으며 금세 그릇을 비워냈다.

"깊은 맛이 제대로다. 어떻게 이런 맛을 냈느냐고 손님들이 물어보는데 비결이랄 게 뭐 있나? 콩을 갈 때 넣는 물의 양을 최소화하고, 국물에 얼음도 손님이 달라고 해야 주잖아." 검정콩국수 가격은 1인분에 7000원이다.

검정콩으로 매일 오전 11시 30분쯤 만들어 점심 손님들이 따뜻하게 먹을 수 있게 양념간장을 곁들여 내는 손두부는 깊은 맛을 위해 간수로 바닷물을 고집하는 주인장이다. 검정손두부는 한 접시에 6000원.

"내가 만드는 모든 음식에는 양념이든 무엇이든 최소화하려고 하지.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첨가하면 원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이 제대로 나지 않거든."

식당 마당 한켠엔 할머니가 직접 키우는 야채가 가득하다. 깻잎에서부터 가지, 취나물, 파 등을 직접 재배해 손님상에 올린다. 그래서 식당의 원산지 표시판엔 '제주산'이 아닌 '선흘리산'이라고 적혀 있다. 최고의 재료에 양념은 최소화한 자연을 닮은 건강식을 맛보이고 싶다는 주인장의 유별스런 고집을 텃밭에서도 알 수 있다.

선흘2리는 자동차로 제주시에서 번영로를 타고 30분쯤 걸린다. 식당은 마을안 거문오름탐방안내소에서 북쪽으로 3㎞쯤 떨어져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매주 일요일은 쉰다. 783-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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