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착같이 모아도 아들 병원비 내면 끝"

"악착같이 모아도 아들 병원비 내면 끝"
[사랑·희망을 나누면 제주가 밝아집니다]
재활용품 수거에 남은 여생을 걸다(상)
  • 입력 : 2012. 08.02(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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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당수 노인들이 재활용품수집을 하며 근근히 삶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 종일 폐지 등을 모아도 손에 들어오는 돈은 고작 몇 천원에 불과하다. 이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저마다 고달픈 생활형편에 재활용품 수거일
복지 사각지대 상당수… 안정된 일자리 절실

○… 십년 후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의 5명 중 1명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게 된다. 안정된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노후·은퇴준비'가 수반되어야 하지만, 자녀들을 위해 자신들의 모든걸 희생한 노인들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달 31일 제주시내 한 재활용품수집상에서 고물을 수거해 팔러온 이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얼마버셨어요?"라는 질문에 제주시 용담동에 살고 있는 A(86) 할머니는 손에 들고 있는 6600원을 들어 보여준다. "그래도 오늘은 많이 가격을 쳐 준 것 같다"면서 할머니의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할머니는 이 돈으로 올해 나이가 62살로 고혈압으로 쓰러진 아들의 병원비에 보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재활용품을 수거해 그동안 혈압으로 쓰러진 병원비를 충당해 왔다고 밝혔지만, 아직도 병원에 내야할 돈이 남아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A할머니가 한달에 정부에서 받는 보조금은 기초노령연금 9만원이 전부이다. 이 돈으로 아들과 한달을 지내야 하는 것이다.

▷"한달에 25만원으로 살 수 있어?"=제주시 일도동에 거주하는 B(87) 할아버지는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등이 한달에 25만원정도 통장에 입금된다. B할아버지는 매일 새벽 2시에 나와 제주시내로 돌면서 각종 재활용품을 수거한다. 이날 오토바이에 연결된 수레에 재활용품이 가득실려 있었지만, 할아버지 손에 쥐어지는 돈은 2만원이 되지 않았다. "며칠동안 고생하면서 모은 것인데…"라면서 말끝을 흐린다. 할아버지는 "기자 양반 한달에 30만원으로 살 수 있어?"라며 묻는다. 할아버지는 "90년 가까이 삶을 살아왔지만, 아직도 번듯이 집한채 마련하지 못했단다. 집세내고, 약값내고, 먹고 살려면 자신이 죽을때까지 일해야 한다"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기초생활수급자만 되도 이 일을 그만둘텐데"=수레에 폐지 싣고 나르느라 얼굴에 굵은 구슬땀이 맺힌 C(88) 할머니. C할머니에게 자식은 올해 57세 아들이 유일하다. 할머니는 이 아들을 "돈을 먹는 아들"이라고 불렀다.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들 등 셋이서 함께 살고 있는데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을 하려 했지만, 아들이 완강하게 거부해 현재 기초노령연금만 봤고 있다. 아들은 그것도 모자라 할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매일같이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 결국 할머니는 폐지 수집에 나섰고,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일주일에 3번 공짜밥 먹을 있어"=유모차에 20kg이 넘는 폐지를 실고 4km를 끌고 온 D (86)할머니. 할머니는 "집에 가만히 있기 뭐해 운동삼아 돌아다니다가 폐지가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수거해 오늘 처음 고물상에 팔러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자와의 대화도중 할머니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할머니는 홀로사는 독거노인이다. "폐지수거해 받은 돈으로 밥은 제대로 먹을 수 있냐"는 질문에 할머니는 "일주일에 세차례 제주적십자사 등지서 공짜밥을 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활용품 수거하는 노인들 상당수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들을 구제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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