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크라운10년 세계의 보물섬으로/제3부 세계지질공원](1)이대론 안된다

[트리플크라운10년 세계의 보물섬으로/제3부 세계지질공원](1)이대론 안된다
정부, 2010년 제주 세계지질공원 인증 후에도 '수수방관'
  • 입력 : 2012. 10.10(수)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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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12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트레일' 행사가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과 차귀도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차귀도 탐방에 나서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아태총회·탐방로 정비·대표명소 추가 용역 등 산적
국비 50%·10억원 지원 요청에 기재부 모조리 삭감
국내 첫 인증지역 시범모델 구축·지질관광 등 차질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10월4일 새벽. 지중해 연안의 그리스 레스보스섬에서 제주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제주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세계지질공원네트워크(GGN) 운영위원회는 한국의 제주를 포함해 11개국, 15개소에 대한 최종 심사와 평가를 거쳐 제주도를 세계지질공원으로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하고 인증서를 수여했다. 이로써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을 시작으로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이어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유네스코가 직·간접으로 지원하는 자연과학분야 3대 타이틀의 위업을 이뤘다. 세계지질공원 인증은 제주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며, 아직도 제주 이외에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은 곳이 국내에는 한 곳도 없다.

▶제주 대표명소=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인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지질공원을 준비, 9개 지질명소를 중심으로 제주도 전체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았다. 9개 지질명소는 한라산, 성산일출봉, 만장굴 등 세계자연유산 3개소와 산방산, 용머리, 수월봉, 지삿개 주상절리대, 서귀포층 패류화석, 천지연폭포 등 지질과 경관적으로 가치가 높은 명소들이다. 하지만 제주 세계지질공원은 제주섬 전체를 포함한다.

세계지질공원은 흔히 세계유산의 대안으로 자주 거론된다. 유네스코 프로그램인 세계유산(World Heritage)과 생물권보전지역(인간과 생물권계획:MAB:Man and Biosphere)이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지질공원은 지질적 특성이 있는 지역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세계지질공원은 '활용'을 통한 관광과 지역경제를 증진하는 것에 중점을 둔 세계적인 네트워크다.

유네스코가 지정하거나 지원하는 유형유산은 크게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포함하는 세계유산과 생물권보전지역, 그리고 지질공원을 들 수 있다. 지질공원은 현재 유네스코의 공식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유네스코가 지원하는 활동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유산과 달리 국가간 협약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교육과 관광 등 활용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이 장점으로 활용돼 왔다.

▶지질관광 시대 열다=제주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음으로써 제주지질자원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와 더불어, 관광에도 지질관광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계기가 됐다.

▲2012 트레일 행사 기간 중 수월봉 인근 탐방에 나선 참가자들.

지질공원은 세계유산이나 생물권보전지역과 달리 행위제한이 강하지 않다. 보호 뿐만 아니라 활용을 통한 지역주민의 소득창출을 목표로 한다. 지질명소나 지질장소 이외에는 특별한 행위제한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지역주민의 거부감이 적다. 오히려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활동과 참여로 다양한 지질관광과 교육프로그램, 특산품 개발 등을 통한 지역경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특히 지질공원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제안된 것이 지질관광이다. 제주도의 경우 고전적으로 이용되어 온 관광지 대부분이 지질관광의 적지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유네스코에서 인정하는 관광지를 선호한다. 이미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공인받았기 때문이다.

지질공원은 지질자원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역사, 문화, 고고학, 생물 등 다양한 분야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지질공원이다.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을 받은 제주도는 지질자원과 제주의 고유한 향토 역사문화자원을 적극 활용해 생태관광 등 선진국형 관광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부지원 찬밥 신세=세계지질공원은 한때의 치적이나 이벤트가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부터 올해 인증 2년이 흘렀지만 지원에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내년 예산에도 제주 세계지질공원 지원 예산은 한푼도 없다. 3년째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내년에 산적한 지질공원 프로그램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 아태지질공원 총회, 국제트레일, 대표명소 추가 지정을 위한 학술용역, 탐방로 정비 등에만 20억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제주도의 재정여건상 지방비로만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다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세계지질공원 무엇을 추구하나…]
보존·교육·지속가능발전 중시
생물권·세계유산 보완 프로그램
유럽서 시작 2004년 글로벌화

유네스코가 지원하는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으로 가치가 있고 희귀하며 경관이 아름다운 지역으로, 교육과 지질관광이 활발히 이루어져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곳을 말한다. 자연생태와 인문·사회적 특성까지 결합된 지역이다. 보전과 교육, 지속가능한 발전 등 3가지 개념을 통합하는 개념이다.

1972년 세계유산협약이 태동한 데 비해 지질공원은 1991년 프랑스에서 열린 지질유산 보호를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 기초를 닦았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세계유산에 비해서는 역사가 짧다.

프랑스의 가이 마티니(Guy Martini)와 그리스의 니콜라스 조로스(Nicolas Zouros)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2000년에 유럽지질공원 네트워크(EGN)가 태동했다. 지질유산을 보호하고, 일반인들의 지구과학에 대한 이해증진과 지속적인 지역경제발전을 위해서다. 이 때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독일 등 유럽 4개국의 지질공원이 EGN을 결성했다.

이듬해인 2001년 유네스코 과학분과와 유럽지질공원 네트워크가 협정을 맺으면서 유네스코의 공식 활동이 시작됐다. 이후 2004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유네스코와 유럽지질공원 네트워크가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GGN)를 추진하는 것을 결의하면서 세계적인 활동으로 발전했다.

세계지질공원은 비교적 최근의 개념이며 아직은 초창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단계다. EGN, GGN에 이어 아시아태평양지역 지질공원네트워크(APGN)가 결성돼 있다.

세계지질공원은 인증 후 평가가 매우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증 후에는 4년마다 활동을 평가해 취지와 맞지 않을 경우 개선을 권고하고 그 후에도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지질공원 네트워크에서 삭제시키고 있어 관리가 엄격한 편이다. 제주 세계지질공원 인증서에도 인증기간을 우선 2014년까지로 못박고 있다.

지질공원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500여곳이 제안돼 있으며 이 가운데 현재 27개국 87개 지역이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에 가입했다. 세계지질공원 네트워크 가입국을 보면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주로 유럽에 집중돼 있다. 세계지질공원에 앞서 유럽지질공원이 먼저 태동한 때문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고 한국의 제주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이란, 일본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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