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양리포트 4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37)](16)성산·고성·신양리

[제주해양리포트 4부:제주바당 조간대를 가다(37)](16)성산·고성·신양리
바람과 파도가 빚어낸 풍경속 역사의 아픈 흔적 곳곳에 산적
  • 입력 : 2012. 11.21(수)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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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성산·신양리 조간대는 다른 도내 조간대와 다르게 돌과 자갈이 거의 없고 일출봉에서 떨어져 나온 노두(지층덩어리)와 화산쇄설물로 이뤄져 있다. /사진=강경민기자

일출봉서 떨어져 나온 지층덩어리가 해변 형성
日 구축 진지동굴과 4·3 주민집단학살터 현장
조하대 온난화로 수온상승해 곤봉말미잘 확산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고성·신양리 해변은 일출봉의 절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일출봉에서 섭지코지까지 이르는 약 3㎞의 타원형 해변은 신양리층으로 돼 있다.

신양리층은 일출봉에서 떨어져 나온 노두와 화산쇄설물(화산의 분화로 분출되는 고체물질)로 이뤄져 있다. 신생대 4기에 형성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늦게 만들어진 퇴적층이다.

이 때문에 신양리 조간대는 돌과 자갈이 거의 없고 노두(지층덩어리)와 하얀색과 검붉은 모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일출봉에서 떨어져 나온 노두 위에는 해조류들이 녹색융단처럼 펼쳐져 있어 도내 다른 조간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물속에 반쯤 잠긴 노두사이에서는 게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노두에 형성된 물웅덩이에는 보말이 서식하고 있다.

▲태평양 전쟁 말기 당시 일본군이 구축한 진지동굴

▲제주4·3희생자를 위로하는 비석(사진 위).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4·3기행문을 쓴 행적을 기념하는 비석.

해변 뒤로는 모래언덕인 사구가 발달돼 있다. 사구의 훼손을 차단하기 위해 모래유실 차단막을 설치했지만 지난 태풍으로 망가져 버렸다.

신양리 해안은 엽새우류가 풍부해 겨울철새인 민물도요가 즐겨찾고 있다. 또 사계절 바람이 불어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해안도로와 해변이 인접해 있어 장비를 이동하는 불편함도 덜하기 때문이다.

제주올레 1코스 종점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성산리 해안은 일제시대와 4·3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성산일출봉 해안절벽에는 태평양 전쟁 말기 당시 일본군이 구축한 진지동굴이 남아 있다.

이곳의 진지동굴은 전남지방 광산노동자들이 대거 동원해 구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왕(王)자형 1곳과 일(一)자형 17곳 등 총 18곳이다. 일자형 진지동굴은 일본군이 연합군 함대를 향해 자살 폭파 공격을 하는 수상 특공병기인 신요를 보관하기 위한 격납고로 구축됐다. 지금도 남아 있는 시설부대와 주둔부대 등에 대한 기록은 일본군의 주둔 실상과 침략 야욕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수마포구 앞 일출봉 절벽 조하대 암반대는 곤봉말미잘이 뒤덮고 있다. /사진=조성익 자문위원

▲신양리 조간대에 살고 있는 게(사진 위)와 보말.

수마포구에서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가다보면 4·3 당시인 지난 1948년 9월 25일(음력)아침 성산읍 일대 사람들이 군인들로부터 총살을 당했던 '앞바르 터진목'이 있다. 이곳에는 제주4·3 성산읍 희생자위령비가 세워져 있고 약 30m 떨어진 지점에는 명예 제주도민이 된 노벨문학상 수상자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 4·3기행문을 쓴 행적을 기념하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이러한 역사적인 비극을 간직하고 있는 성산리 조간대도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산리 수마포구앞 일출봉 절벽 조하대는 곤봉말미잘이 세를 확장하고 있었다. 곤봉말미잘은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받는 제주도 연안의 수심 10m 전후에 분포하며 암반조하대에서만 발견되는 흔치 않은 말미잘류이다. 기다란 촉수를 펼치고 있을 때에는 끝이 곤봉모양을 하지만 수축되면 보통의 말미잘 촉수처럼 된다. 촉수를 펼친 상태에서의 직경은 최대 약 30cm 까지 되는 개체도 발견되며 몸통은 적갈색이다. 무성생식에 의해 증식해 수개체에서 수십 개체의 군락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조성환 자문위원(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은 "말미잘은 전복, 소라, 성게 등 패류의 먹이가 되는 해조류와 생존경쟁을 벌여 해조류를 밀어내는데 먹이가 없어지면 패류들 역시 살아갈 수 없다"며 "마을어장의 서식환경이 아열대화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상승 등을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시영·고대로·강경민기자

"국내서 가장 늦게 형성된 퇴적층 문화재 등록·보존해야"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과의 사이에는 약 3㎞에 이르는 매우 긴 타원형의 해빈(해안선을 따라서 해파(sea wave)와 연안류(longshore current)가 모래나 자갈을 쌓아 올려서 만들어 놓은 퇴적지대)이 발달돼 있다. 해빈의 배후에는 폭 50~100m의 아주 좁은 육계사주(육지로부터 돌출 성장해 가까운 섬에 연결된 사주)가 형성돼 있다. 특히 이곳 해안에는 해빈사면을 따라 신양리층의 노두가 넓게 분포되어 있는데 스코리아(송이)를 주체로 한 해빈성 자갈퇴적층으로 패류화석을 포함하며 유공충 등의 난류성 해안동물화석을 산출한다. 퇴적층은 육지 쪽으로 3°~5°경사져 있으며, 이 곳 해안의 대부분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신양리층은 4460년 전의 연대측정 결과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젊은 지층으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퇴적층이다. 썰물 시에 바다 속에서 드러난 신양리층에 가보면 매끈한 자갈돌과 함께 퇴적층에 박혀 있는 대형의 굴 껍질을 비롯한 조개 화석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일출봉 뿐만 아니라 일출봉에서 파생된 신양리층도 문화재로 등록해야 한다. 강순석 자문위원<제주지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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