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용머리 해안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가 해수면 상승으로 잠기고 있다. 강경민기자
일과리 4거리~한장동 조간대 양식장으로 '초토화'
사계.신도2리 한장동 해안 하멜 표착지 진실공방중신도2리 조수웅덩이 은잉어 등 겨울철 생명력 간직
▶사계=서귀포시 안덕면 용머리 해안은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을 보여주는 국내 대표적인 곳이다.
약 80만년전 만들어진 산방산 앞으로 연결된 용머리 해안 응회암은 주변의 단산과 함께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수성화산체이다.
하지만 지난 1987년 용머리 해안을 따라 조성된 450m의 산책로는 현재 밀물때면 조금이나 사리와 무관하게 바닷물에 잠기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86년전보다 1.94도 높아지면서 제주 해수면도 지난 1970년 1월부터 2007년까지 22.8cm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신용덕(45)씨는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물때와 상관없이 용머리 해안 산책로에서 낚시를 즐겼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밀물때 바닷물이 차서 낚시를 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사계화석산출지 조간대에 올해 처음으로 모래퇴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강경민기자
이곳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변화를 볼 수 있는 기후변화홍보관이 들어서 있다. 밀물때 물에 잠기는 용머리 해안 산책로 등 지구 온난화로 생긴 해수면 상승 사례를 영상물 등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홍보관 옆에는 하멜상선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산방산 아래에는 지난 1653년 8월 제주섬에 떠밀려온 네덜란드인 하멜일행이 탔던 스페르웨르호 표착지를 기념하는 하멜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용머리 해안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송악산으로 가다보면 사계리와 대정읍 상모리 경계에는 사계화석산출지가 자리를 잡고 있다. '남제주군 해안 사람발자국 및 각종 동물발자국 화석 산출지'(16만5000㎡)는 지난 2004년 2월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464호로 지정된 곳이다.
화석산출지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목책을 두르고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화석산출지 조간대는 수백마리의 가마우지와 갈매기들이 휴식을 취하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27일 제15호 태풍 ' 볼라벤'이 지나간 후 이달 현재 약 3개월 동안 사계화석산출지 위쪽 해안사구가 바다쪽으로 약 4미터 정도 더 내려왔다. 이곳 해안에 지속적으로 모래와 자갈이 쌓일 경우 사계화석산출지 조간대는 모래에 덮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한 정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였다.
이곳을 관리하고 있는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김영관 주무관은 "지난 9월부터 계속해서 모래와 자갈이 쌓이고 있는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며"정확한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서는 관측말뚝 같은 것을 설치해야 하는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 힘든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대정읍 일과리 4거리~ 한경면 고산리 해안도로 조간대가 양식장 건설로 파괴된 모습. 강경민기자
▶대정 =탐사대는 사계화석산출지 조간대 탐사에 이어 대정읍 모슬포로 향했다.
대정읍 하모리 해수욕장은 모래 유실이 지속돼 자갈층이 드러나 있었다. 지난 2004년 전문기관에 의뢰해 원인 규명 조사 용역을 실시한 결과 방파제 축조가 주원인으로 드러났으나 또 다른 시멘트 구조물이 만들어져 있다. 방파제 주변 바닷속은 갯녹음 현상으로 유용 해조류를 찾아 보기 힘들었다.
모슬포항 진입로에는 있는 신영물 용천수와 모슬포 오일장 인근에 있는 '산이물'용천수는 정비는 잘 돼 있으나 염수가 유입되고 있었다.
▲모슬포항 진입로에 있는 신영물. 강경민기자
▲동일리 해안 '홍물'. 강경민기자
▲모슬포 오일장 인근에 있는 '산이물'. 경민기자
▲동일리 염습지의 모습. 강경민기자
동일리 해안에는 3군데 바닥에서 물이 나오는 '홍물' 용천수가 있다. 탐사중 이곳에서 만난 한 지역주민은 홍물 용천수는 여탕으로, 홍물위쪽에 있는 작은 용천수는 남탕으로 이용했다고 했다. 수돗물이 공급되기전 지역 주민들은 이 물을 식수로 이용했다. 동일리 해안에 있는 염습지에는 갈대와 염생식물인 천일사초가 소박한 모습으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대정읍 일과리 4거리에서 한경면 고산리로 향하는 해안도로 약 7km구간에는 양식장들이 벌집처럼 들어서 있다. 양식장 취·배관 공사를 하면서 조간대는 부서지고 무너지고 있었다. 배출수 아래 조하간대와 조하대에는 파래만 가득했다. 앞으로 이곳에 해상풍력발전기들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고즈넉한 해안 풍경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신도2리=신도2리 해안 조간대에는 해양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조수웅덩이가 잘 발달돼 있다. 조수웅덩이는 만조시 들어온 해수가 잔류하는 곳으로 햇빛과 강수 등 기상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수온, 염분, 수소이온농도, 용존산소량 등의 수질조건은 다양하고 복잡하게 변화하는 곳이다.
'도구리알' 인근에 있는 조수웅덩이에는 어류 가운데 일생을 바다에서 서식하며 부유성 갑각류를 먹는다고 알려져 있는 알롱잉어과 은잉어(Kuhlia mugil)와 벵에돔, 민꽃게, 제주도 연안에서 톳과 함께 흔히 발견되는 갈조류중 하나인 지충이 등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신도2리 조간대 조수웅덩이에는 집게고동, 은잉어, 민꽃게, 지충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 서식하고 있다. 조성익 자문위원(수중촬영전문가)
이곳 신도2리 조간대는 지난 1653년 8월 하멜일행이 탔던 스페르웨르호가 표착한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3년 8월 16일 용머리해안에 하멜상선전시관이 개관할 무렵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문제였지만 현재까지도 표착지점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옛 문헌에 나온 거리와 지형을 추론해 거론해보면 이곳이 표착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탐사대는 하멜일행만이 알고 있는 스페르웨르호 표착지에 대한 진실이 언제쯤 시원하게 밝혀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면서 지난 4월부터 시작한 9개월간의 도내 조간대 탐사를 마무리 했다.
/강시영 고대로 강경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