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원도심을 살리자](하)역사문화·경관 중요성 소홀

[제주시 원도심을 살리자](하)역사문화·경관 중요성 소홀
'가장 지역적인 것’이 제주의 가장 훌륭한 미래자원
  • 입력 : 2013. 01.15(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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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원도심 재생사업은 제주성지(사진)와 제주목관아 등 제주의 역사문화자원과 경관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반영해 제주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강희만기자

원도심 쇠퇴는 평면적인 도시확장이 주요 원인
도시재생사업도 전통 경관의 중요성 인식 못해
제주성·목관아 등 역사문화공간 가치 주목해야

흔히 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라고들 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되고 성장과 발전 진화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기원 무렵부터 제주역사와 문화, 삶의 흔적이 층층이 아로새겨진 제주시 원도심도 신도시 개발위주의 도시화 과정속에 새로운 성장과 발전 진화를 모색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원도심의 쇠퇴는 제주시 연동이나 노형 신시가지 등 평면적 도시확장과 대규모 택지개발 위주의 도시개발전략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제주도에서도 그동안 도시확장에만 매달렸지 정작 공동화가 진행되는 원도심에 대한 관심은 기울이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원도심은 공동화와 동시에 무분별한 건축물이 들어서면서 국적불명의 도심으로 변해가고 있다.

제주시 원도심에서 오래된 미래의 흔적은 점차 잊혀지고 사라져가고 있다. 일례로 제주성 남문이 자리했던 주변은 고층건물이 들어섰다. 제주목관아와 제주성지 주변 등 원도심의 상징적인 공간에는 공장에서 찍어내듯 하는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오래된 미래뿐 아니라 얼마 되지 않은 근대의 소중한 기억들도 지워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제주도 공공건축물의 효시인 제주시 옛 청사건물이 행정의 무관심속에 허물어져버린 것이 하나의 예로 들 수 있다. 이렇듯 원도심은 제주역사문화의 DNA가 응축된 공간이지만 급속히 정체성을 상실해가고 있다. 원도심의 공간적 정체성은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역사문화와 제주인의 삶이 층층이 쌓인 곳이라는 점이다.

원도심의 역사와 삶의 흔적은 물론 소통의 공간이던 좁은 골목길, 근대의 기억마저 사라지도록 방치하는 현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는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원칙과 철학의 부재를 드러내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제주도가 추구하는 도시개발정책이나 철학은 새롭고 웅장한 것, 높고 넓은 것에만 너무 많은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닐까. 마치 번듯한 도로와 고층 건축물이 없으면 국제자유도시 제주도의 국제화, 세계화에 역행하는 것처럼 역사문화의 흔적과 전통경관에 대한 중요성은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은 국제자유도시 제주도의 지향점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되새겨야 할 말이다. 지역성이 없는 것은 국제화와 세계화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시 원도심에서 오래된 미래의 흔적, 제주 고유의 역사문화와 전통경관을 보여줄 수 있다면 국제자유도시 제주도의 훌륭한 미래자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주시의 중심 경관을 형성하고 있던 제주성지와 제주목관아, 산지천을 비롯한 주변의 역사문화자원과 전통경관의 중요성을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존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 방안으로 추진됐던 도시재개발이나 도시재생 관련 여러 용역들은 이 점을 소홀히 인식했다.

▲제주목관아

제주성지는 1411년 이전에 축성된 탐라시대부터 이어져온 제주역사의 상징이다. 일제가 산지항 등을 건설하기 위해 1920년대 말 성곽을 해체하기 시작하면서 제주도의 전통경관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제에 의해 강제된 식민지 경관은 그 후 100년 가까이 왜곡된 원도심의 풍경을 낳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까지도 제주성지는 행정의 무관심속에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이 성곽의 중요성과 미래경쟁력을 인식하고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도시발전을 위한 역사문화자원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2009년 수립한 '탐라문화권발전세부계획'에도 원도심 재생사업의 경우 제주성 복원을 전제한 도시재개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기본 구상을 제시하고 있으나 말 뿐인 계획에 그치는 실정이다.

제주성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 제주목관아다. 목관아 복원 정비 및 활용은 원도심 재생사업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 사업이며, 제주성지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런 중요성을 감안 '탐라문화권발전세부계획'뿐 아니라 제주시는 2011년 '제주목관아 보존·관리 및 활용계획 연구'를 통해 복원 정비 활용계획을 수립했다. 그렇지만 보존·활용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던 제주시 옛 청사가 결국 허물어지고 만 것에서 보듯이 계획뿐인 보고서에 머물러 있다.

또 하나는 원도심을 관통하는 산지천을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다. 산지천을 중심으로 흩어져 있는 문화 인프라와와 역사문화자원들은 현재 하나의 점적인 존재에 불과한 상태이다. 이러한 개별자원들을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면적인 개발을 통해 활용방안을 고민해 나가야 한다. 이는 산지천을 중심으로 단지 몇 개의 광장을 제시하는 탐라문화광장 조성과는 차원이 다르며, 원도심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구상이기도 하다.

결국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사업은 이같은 역사문화와 경관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해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제주만의 고유성과 특수성, 보편성을 통해 원도심의 지역적 정체성과 삶의 쾌적함을 확보하고 경제 활성화와 미래 경쟁력을 높여나가기 위한 보다 긴 호흡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가 의견]"원도심 활성화, 역사문화자원 활용을"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역사문화와 전통적 경관을 주목하고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도시재생사업에는 주거기능을 중심으로 상업기능이 혼재된 복합개발이 필요하지만 역사문화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사문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개발되는 도시재생 대상 지역이 제주다움이 느껴지는 거리와 건축, 도시공간의 문화적 자원들로 만들어진다면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상징적인 공간도 자연스레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박경훈 제주전통문화연구소장은 "무분별하게 추진하는 문화의 거리나 마을만들기 식의 부분적인 정비, 혹은 뉴타운 개발과 같은 도시정책으로는 원도심을 활성화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제주특별자치도의 핵심산업인 관광, 즉 역사문화관광과 접목시킨 경제활성화 전략, 저밀도의 친환경적인 주거시설의 도입을 통해 삶의 질을 보장하는 친환경도시전략, 탐라천년 고도의 경관을 살린 전통경관재생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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