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서 고객으로, 주권자에서 봉사자로

시민에서 고객으로, 주권자에서 봉사자로
현대 민주주의 비판서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 입력 : 2013. 02.08(금) 00:0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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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평범한 사람들의 능동적이고 집단적인 지지에 의지하지 않고도 전쟁을 수행하고 세금을 걷고 집행할 수 있게 됐다. 정치엘리트들은 대중의 정치 참여에 의지하지 않고 권력을 유지하며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그들은 유권자 대중을 주변화했고, 점차 법원과 관료들에 의존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있다. 우리는 이런 경향을 대중민주주의와 구분해 '개인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역사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은 전쟁에 참여하고 세금을 납부하거나 고통스러운 대중 투쟁의 결과로 법적 권리와 투표권을 비롯한 정치적 권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대중의 정치 참여가 확대된 것은 정부가 평범한 시민의 지지와 협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시민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이들은 언제부터인가 정치인들의 '레토릭'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존재가 되어 버렸다.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서이자 민주화 이후 한국 민주주의가 왜 나빠졌는가를 비춰 주는 책이 나왔다. 혹자는 이 책을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저자인 크렌슨과 긴스버그는 미국 민주주의가 나빠진 이유로 정부 혹은 정치엘리트들이 대중의 지지를 얻지 않아도 권력을 유지하며 행사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대중이 정치에 무관심해진 것이 아니라 정치엘리트들이 더 이상 그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민주주의는 집단적 공격으로만 돌파할 수 있었던 정치의 장벽을 낮춘다. 정보의 자유, 정보공개법, 공청회 의무화, 입법 예고제와 공개 설명회 규정, 위원회 등의 시민 대표 할당제 등과 기타 정책들은 시민들이 혼자서 정치를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외견상 시민 친화적으로 보이는 이런 장치들은 미국 정치에서 시민의 역할을 위축시켰고, 지지자를 동원했던 조직가와 엘리트들은 이제 소송을 통해 예전과 유사하거나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책은 그저 여론조사로 대표되는 가상적 시민으로만 존재하는 사람들의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다.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나라를 위해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애국적 열정을 간직하고, 가끔씩 역사에 나타나는 열정의 순간을 함께하지만 부모이자 생활인으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다. 매튜 A. 크랜슨·밴저민 긴스버그 지음. 후마니타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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