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은 씨가 자신만의 글자로 비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김 씨는 "개성적으로 단어를 해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화선지 위로 물방울이 튀었다. 묵향이 지나간 자리에 검은 자국이 번져갔다.
"'비'라는 단어가 물기를 가득 머금은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물이 흐르는 느낌으로 글자를 쓰는 거예요. 먹물로 빗방울을 표현해 보기도 하고요." 캘리그라피 강사 김초은 씨의 글씨는 창밖에 눅눅한 하늘을 담아내는 듯했다.
캘리그라피(Calligraphy)는 아름답고 개성 있는 글자체를 뜻한다. 말 그대로 손으로 직접 쓴 글씨에 개성적인 표현과 우연성을 담아내는 방법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서예'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 방법과 활용 면에선 차이가 있다. 서예가 정해진 틀 안에서 서법을 수련하는 거라면 캘리그라피는 글자 안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담아내는 것이다. 글자 자체보다 디자인적인 요소를 강조한다.
김초은 씨는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넓기 때문에 취미를 넘어 전문적으로 배우려는 분들이 꽤 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캘리그라피는 최근 광고 포스터, 사업체 로고 등을 제작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캘리그라피의 세계에 들어왔다면 일단 붓과 친해지는 게 급선무다. 초보자들이 맨 먼저 배워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붓을 이용해 선과 원 등을 그리는 법이다. 속도, 농담, 굵기 등을 조절하면서 다양한 표현법을 익힌다.
다음은 글자쓰기 연습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나만의 느낌과 생각을 담아내는 것. 김 씨는 "사람마다 '봄'이라는 단어를 듣고 느끼는 점이 다를 것"이라며 "새싹이 돋는 생동감, 햇살이 비추는 따뜻함 등 특정 감정을 포착해 글씨를 써야 한다"고 했다.
기본 훈련이 끝나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긴 문장을 써보기도 하고 남이 쓴 글을 따라 써 보기도 한다. 재료나 도구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기 적당한 것이면 어떤 것이든 좋다. '가시'라는 글자를 쓸 때는 부드러운 붓보다는 나뭇가지를 꺾어 날카로운 느낌을 살려 쓰는 식이다.
김씨의 설명을 듣다보니 생소하기만 했던 캘리그라피의 개념이 한 문장으로 요약됐다. '이 세상에서 유일한 것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김 씨가 말했다. "글씨를 못 써도 상관 없어요. 자신만의 개성으로 단어를 해석하는 게 중요하죠. 누구에게도 없는 나만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까요." 문의 제주풀잎문화센터 064-900-5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