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해운 "유류비 지원 등 행정지원 미흡"
서귀포시 "다른 선사와 형평성 고려 안돼"
서귀포항과 전남 고흥군 녹동항을 잇는 여객선 취항이 또 연기됐다. 뱃길 개통이 백지화될 우려마저 나오면서 13년만에 여객선 취항 소식을 접하고 기대에 부풀었던 서귀포시민은 허탈해하고 있다. 뱃길이 곧 열린다며 홍보에 나섰던 서귀포시도 난감한 입장이다. 여객선사측은 취항일을 잠시 미루며 미비된 제반여건을 보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그게 언제가 될는지, 과연 뱃길이 열리기는 하는 건지 헷갈리게 하고 있다.
▶"여객선 곧 취항한다"=서귀포항과 녹동항을 연결하는 여객선사인 향일해운(주)은 지난 1월23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2월22일부터 3403톤급 초대형 쾌속선인 '탐나라호' 운항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객선과 운임, 할인 이벤트 등의 계획을 설명한 뒤 "서귀포항의 여객선 재취항은 저희에게도 큰 도전이며 서귀포시, 더 나아가 제주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하고 덧붙였다. 향일해운이 여객선 운항일까지 못박자 수차례 연기 소식을 접했던 서귀포시민들은 "마침내 뱃길이 열리는구나"하며 반가워했다. 여객선 취항을 대비해 서귀포항 동부두 여객터미널 주변에 대한 환경정비를 마친 서귀포시도 향일해운의 발표를 환영하면서 뱃길 관광객들을 겨냥해 제주올레와 골프 등을 소재로 한 관광상품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거들었다. 그 이후 향일해운은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객을 사전에 접수하면서 서귀포시내 곳곳에는 현수막을 내걸어 여객선 취항을 홍보했다.
▶여객선 취항 또 연기=향일해운이 여객선을 운항하겠다고 한 약속은 20일만에 깨졌다. 향일해운은 지난 13일 대표이사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서귀포항과 남해안 교통요지 녹동신항을 잇는 여객선 항로를 개설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취항일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도 행정기관과의 유기적 관계 미흡과 고유가 등 운항경비의 초과지출이 예상돼 취항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선사측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시험 운항때까지 서귀포시가 유류비 지원을 약속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취항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뱃길 개통이 무산될 위기까지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선사측은 당초 성산항에서 서귀포항으로 옮기는 조건으로 왕복거리(37㎞) 만큼 유류비를 하루에 890만원, 1년으로 계산했을 경우 30억원을 보전해줄 것을 서귀포시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도민 할인분(20%)을 시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성산항과 장흥항을 잇는 여객선사는 물론 제주항에 취항하고 있는 다른 선사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더라도 유류비 지원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귀포항과 녹동항 간 여객선 취항은 유류비를 보전해달라는 선사측과 수십억원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서귀포시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향후 전망을 어둡게하고 있다. 시민들은 "그러잖아도 지역경제가 어려운데 여객선 취항마저 무산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는 요원한 실정이고 서귀포항은 '관광미항'이 무색할 정도로 어선과 화물선만 오가는 소규모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서귀포시와 선사측이 서로 윈-윈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