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복지, 제주를 키워가는 힘](1)위기의 다문화가정

[튼튼한 복지, 제주를 키워가는 힘](1)위기의 다문화가정
다문화가정 지원할 원스톱 교육센터 절실
  • 입력 : 2013. 03.07(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와 제주자치도의회 연구모임인 제주복지공동체포럼은 최근 박주희 도의원 사무실에서 다문화단체 대표자와 제주자치도·행정시 다문화담당 공무원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사회 다문화가족의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명선기자

가정폭력 상담 늘고, 이혼율 내국인 비율 넘어서
언어·문화·직업 교육 한 곳서 가능한 체계 필요

한라일보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연구모임인 제주복지공동체포럼(대표의원 박규현)과 공동으로 올 한해 '튼튼한 복지, 제주를 키워가는 힘'이라는 구호 아래 제주사회의 시급한 복지현안을 지면을 통해 다룰 계획이다. 그 첫번째로 최근 도내에서 발생한 다문화가정 부부 자살사건을 계기로 다문화단체 대표자와 제주자치도·행정시의 다문화담당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개최, 현재 제주사회가 처한 다문화가족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책은 없는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의 다문화가족 현황과 변화하는 국제결=지난해 말 기준 도내 다문화가정은 총 2158명이다. 2008년말 1201명으로 처음 1000명을 돌파했고, 3년 뒤인 2011년에는 2007명으로 2000명을 넘어섰다. 처음에는 중국의 조선족과 한족이 대부분이던 결혼이민자가 최근에는 베트남을 비롯한 필리핀, 캄보디아 지역 여성도 늘고 있다. 농촌에 거주하는 총각과 장애인 남성을 중심으로 국제결혼을 주로 했지만, 현재는 시골지역이 아닌 도시 남성이 국제결혼을 하고 있고 연령대도 낮아지는 한편 직업도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국적으로 국제결혼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지만 제주만은 꾸준히 늘고 있다. 결혼이민자가 늘면서 도내에서 활동하는 다문화단체는 총 15곳으로, 이 중에서 다문화관련 사업만 하는 단체는 7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위기의 다문화가족=여성긴급전화1366제주센터(이하 1366센터)가 지난해 전체 상담실적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상담은 2011년에 비해 29.6% 증가했다.

이 중에 외국인 상담건수는 643건으로, 2011년 496건에 비해 29.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외국인 중 가정폭력 문제로 1366센터를 이용한 사람이 88.9%(572건)에 달해 다문화가정내 가정 폭력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문화가족의 이혼율도 12%로 내국인 이혼율 10%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제주자치도는 위기의 다문화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1366센터에 베트남·중국 출신 이주여성 전문상담 통역사를 배치했다.

▲지난해 10월 제주다문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즐거운 다문화가족 한마당축제'

▶국제결혼의 그늘=국제결혼이 증가하는 만큼 다양한 문제점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브로커까지 동원돼 사기결혼을 조장하면서 피해를 당하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다. 2년 전 제주시 한림읍에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 여성은 "친정에 잠시 다녀오겠다"며 아이와 함께 고향으로 갔다. 하지만 이후 연락이 두절됐고 확인 결과 경기도 소재 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또다른 국제결혼 피해 남성은 결혼한지 2년이 넘었지만 필리핀 출신 아내가 한국으로 오지 않고 있다. 국제결혼중개업소도 일 처리에 손을 놓으면서 가족간의 감정의 골만 깊어졌다. 더 큰 문제는 지원 일변도의 정부 정책과 다문화 사업으로 인해 다문화가정의 자립생활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다문화가족 내 갈등=다문화가족의 가장 큰 갈등은 언어와 문화차이에서 오는 갈등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상당수 다문화가정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기 전부터 경제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되면서 자녀들에 대한 무상보육이 실시되고 있다. 그 결과 이전과는 달리 자녀들이 이주여성보다 한국어를 더 잘하게 되면서 어머니와 자녀들간에 의사소통에 의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혼이민자가 가정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중·고교로 올라갈수록 진학률이 떨어지고 있고, 중도 입국 자녀의 진학률은 40%에 머물러 심각한 상황이다.

▶언어·양육·문화 교육 가능한 원스톱센터 설립 절실=국제결혼은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남녀가 만나 결혼하는만큼 항상 갈등의 소지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국제결혼을 하는 여성이나 남성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언어·양육·문화 등의 교육이 한 건물 내에서 가능한 원스톱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들도 앞다퉈 국제결혼가정과 외국인 노동자 등이 급격하게 늘면서 전국적으로도 '글로벌 센터'라는 이름으로 원스톱지원센터를 개소·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에도 이러한 원스톱지원센터가 절실한 상황이다.

박규헌 제주복지공동체포럼 대표의원은 "도내에서 있어서는 안될 다문화가정 부부자살 사건이 발생한 만큼, 이번 사건을 반면교사(反面敎師) 삶아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이번 간담회가 그 시발점이 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제주복지공동체포럼 소속 의원들이 간담회에서 도출된 의견을 적극적으로 정책과 조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기웅 제주자치도 다문화가족지원계장은 "제주자치도에서는 위기에 처한 다문화가족의 불상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해결 방안을 적극 모색하는 한편 국제결혼의 폐해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올바른 정책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다문화 정책 내실화 시급"

박주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결혼이민자가 10여년 전부터 급증했지만 전국적으로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이뤄진 것은 2009년이 처음이다. 2008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된 이후에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다문화에 무관심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다문화단체 대표자와 간담회를 통해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다문화가족의 언어·문화 극복 문제, 경제적 어려움, 국제결혼의 폐해, 다문화 정책의 문제점 등 시급히 개선하고 정책에 반영되어야 할 사안이 간담회 내내 봇물처럼 쏟아졌다.

그 중에서도 다문화가족의 의사 소통, 도민사회가 다문화 감수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일은 우리사회 전체가 나서서 조속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우선 다문화가정 자녀의 무상보육이 실시되면서 이주여성과 자녀간 언어능력 차이로 인한 갈등은 또다른 가정불화의 불씨를 가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문화 거점보육시설(어린이집·유치원 등)을 지정해 모국어(母國語)를 이른 시기부터 학습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통합교육을 통한 다문화 이해 조기교육과 이주여성이 강사로 직접 나서면서 취업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도입국 자녀의 진학률이 40%수준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이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낙오되는 사례가 없도록 각별한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다문화가족이 증가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사회현상을 도민사회 전체가 이해하지 못한다면 해결책 마련도 요원하다.

우선 제주사회의 틀에 맞는 다문화가족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조례에 다문화가족 정책위원회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는 만큼 한시적으로 TF팀을 구성해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일례로 효문화의 이해(국제가정문화원) 프로그램의 경우 작은 예산으로도 도내 전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칠 수가 있고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예산조차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자치도가 다문화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한해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해 사용하고 있다. 현재의 예산 운용실태를 면밀하게 검토한 후 내실화 있게 지원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주희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9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