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왜 자꾸 '죽겠다'고 할까?

한국인들은 왜 자꾸 '죽겠다'고 할까?
정경조·정수현의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 입력 : 2013. 03.15(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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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잘 하지 않고, 만나면 왜 밥을 먹었는지 물어보는 걸까? 한국인들은 왜 행복하다는 표현을 하지 않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죽겠다고 하는 걸까? 이 책은 외국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한국어를 통해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문화의 단면을 살펴보고 그것에 내재한 한국 문화의 특성을 찾아낸다. 한국인이 사용하는 언어의 근저에 깔린 한국인 특유의 정서를 파악하고, 한국 고유문화를 규명하기 위함이다.

책에 소개된 일화다. 한 외국인 여학생이 전에 묵었던 전남의 하숙집 할머니에게 안부 인사차 전화를 드렸다. 그동안 안녕하셨느냐고 여쭙자 할머니는 "워매 삭신이 쑤신 게 잠도 못 잔디 뒈져 불겠네. 이 할매 죽겄다"고 대답했다. 여학생은 깜짝 놀라서 다른 하숙생들에게 할머니가 잘 계신지 물어봤고, 그들이 할머니가 예전처럼 잘 계신다고 해야 안심을 했다. "밥 먹었니?"라는 물음도 똑같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다른 외국인 여학생은 알고 지내는 한국인 언니가 매번 "밥 먹었니?"라고 물어 "내게 점심을 사 주겠다는 뜻인지 아니면 내가 점심 사 먹을 돈도 없다고 여기는 것인지 헛갈렸다"고 털어놨다.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인사말이 외국인들에게는 인사가 아니라 사생활을 캐묻는 말로 들린다.

외국인을 보는 한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서양인들은 왜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인사를 건네는 걸까? 서양인들은 부모가 죽었는데도 어떻게 저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서양인들은 정(情)도 없나 왜 뭐든지 법대로 하자는 걸까? 이 책은 이렇게 이해할 수 없었던 서로의 문화를 언어를 통해 비교하면 살펴본다.

저자들이 각기 다른 문화의 차이를 푸는 해법을 언어에서 찾는 것은 각 나라의 언어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녹아 있어서다.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 중에는 외국어로 옮기기 어려운 낱말이 적지 않으며, 이는 외국인으로서는 공감하기 쉽지 않은 독특한 한국의 정서가 배어 있기 때문이다. '미운 정 고운 정'이나 '괜찮다'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고, 찬 음식이든 더운 음식이든 모두 '시원하다'로 완벽하게 감정을 표현해내는 것이 그렇다.

이 책은 한국어를 통해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한국 문화의 한 단면을 살펴보고 그것에 내재한 한국 문화의 특성을 찾으려는 시도다. 다른 문화에 비해 한국 문화가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 문화와 한국 문화를 비교함으로써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삼인.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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