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제주시 '고내봉'

[길 路 떠나다]제주시 '고내봉'
솔향 진한 숲엔 무르익는 봄기운이 한가득일세!
  • 입력 : 2013. 03.29(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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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미숙기자

빽빽한 소나무 낀 탐방로와 전망대선 고내마을이 한눈에

봄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앞다퉈 피어난 알록달록한 봄꽃들이 곳곳에서 저를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유난스러웠던 겨울 한파에 잔뜩 웅크렸던 몸을 깨우려 제주시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달렸다. 목적지로 정한 곳은 제주시 중심지에서 20㎞쯤 떨어진 애월읍 고내리에 위치한 고내봉이다. 큰 부담없이 가볍게 걸어볼 곳을 찾다가 택한 곳이기도 했다.

고내리 해안가에서 남동쪽으로 약 1㎞쯤 떨어진 고내봉은 높이 175m의 야트막한 오름이다. 일주도로변에 위치해 제주시 서쪽 지역을 오갈 때마다 눈에 띄어 이름은 친근하지만 오름에 직접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고내봉은 높지는 않지만 마을 남동쪽에 버티고 서 한라산을 가려 제주도내에서 한라산이 보이지 않는 마을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고내봉은 일찍부터 고니오름, 고내오름으로 불렀는데, 이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 高內峰이다. 조선시대 오름 정상에 설치한 高內望이라는 봉수대가 있어 '망오름'이라고도 한다. 원추형의 오름은 주봉인 망오름을 포함해 5개 봉우리로 이뤄져 있다. 주봉 서쪽의 작은 봉우리가 방애오름, 주봉에서 남동쪽 봉우리가 진오름, 방애오름 남서쪽에 공동묘지가 조성돼 있는 것이 너분오름, 남쪽의 봉우리가 상뒷오름이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탐방로는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 걷는 내내 솔향이 함께 한다.

제법 따스하게 내리쬐는 봄 햇살을 받으며 찾은 오름은 초입에서부터 잘 가꿔진 산책로가 맞는다. 막 새싹을 틔우기 시작한 싱그러운 풀향기는 봄이 아니고서는 받을 수 없는 특별선물이다. 그리고 기분좋은 또 하나는 숲에 가득한 진한 솔향이다. 오름 대부분이 하늘을 찌를듯 쭉쭉 뻗은 소나무숲이라 심호흡만으로도 마음속까기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숲길 사이사이에는 야생화들이 봄세상으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있다.

높지 않은 오름이지만 주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출발은 분명 내가 먼저 했는데 성큼성큼 앞질러가는 이가 있어 말을 걸었더니 다름아닌 고내마을 주민이다. 오름이 마을과 가까이에 있어 운동 삼아 찾는 이들이 적잖은 모양이다. 쉬엄쉬엄 20분이나 걸었을까 싶은데 어느덧 정상에 닿았다.

정상에선 마을을 한 눈에 품을 수 있는 전망대가 탐방객을 맞이한다. 전망대에 오르니 북쪽으로 해안가 고내마을과 빛깔고운 바다가 한 눈에 쏙 들어온다. 반대편으론 얄궂은 구름이 살짝 깔리긴 했지만 마을에선 고내봉에 가려 볼 수 없었던 한라산이 희미하게 펼쳐진다.

고내리는 해안선과 대양을 전망할 수 있는 고내봉이 있어 예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다. 전망대 바로 곁에는 고려시대 봉수대가 있던 자리임을 말해주는 안내판이 있다. 제주에는 오름 정상에 25개의 봉수대와 해안가에 38개의 연대가 설치돼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로 유사시 적정을 알리는 통신수단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고내봉 정상의 봉수대는 고려 공민왕 원년인 1352년에 설치된 것으로, 애월진에 소속돼 동으로는 수산봉수, 서쪽으로는 어도봉 봉수대와 연락했다고 전해진다.

전망대가 선사하는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있노라니 오름 반대편에서 출발한 탐방객들이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날좋은 날을 택해 오름을 찾은 이들이다. 이내 전망대로 올라와선 "바다가 곱네", "봄빛 세상이네" 저마다 한 마디씩 쏟아내며 봄날의 여행 속으로 빠져든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에도 소나무가 빽빽하다. 그리고 각종 체육시설이 갖춰진 곳이 두 군데다. 솔향 가득한 숲속에 자리잡은 기구들은 마을주민들을 위한 휴식 겸 운동공간이다.

체육시설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 오름 남사면의 완만한 탐방로 곳곳엔 무덤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내리막길에서 1920년대에 세워졌다는 사찰 보광사도 자리잡고 있다.

고내봉은 올레15코스의 한 곳이기도 해 올레꾼들도 제법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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