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共存]5.까치-(상)제주 유입

[인간과 자연의 共存]5.까치-(상)제주 유입
길조로 여겨온 까치 이제는 애물단지로
  • 입력 : 2013. 04.15(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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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가 물고기 사냥에 성공한 물수리를 공격하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지난 1989년 8월 아시아나항공서 50여마리 방사한 게 계기
천적없어 무한 번식… 제주토종 '큰부리까마귀'도 쫓아내

전봇대 위 둥지 정전피해 유발에 온갖 농작물 닥치는대로

예부터 길조로 불려왔던 까치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도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전봇대 위에 집을 지으면서 정전피해를 일으키는가 하면 감귤과 단감, 수박, 딸기 등 각종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쪼아대 농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까치에 의한 농작물 피해 보상액만도 지난 2011년 3억9000만원, 지난 2012년 3억3800만원에 이르고 있다.

이에따라 제주시는 지난 2월 제주특별자치도 야생생물관리협회 제주시지회와 포획계약을 맺고 오는 8월까지 6개월 동안 대대적인 까치 포획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까치=인간과 가까이 살기를 즐기기 때문에 '같이 산다'고 해서 까치라고 불렀다는 이름의 기원이 말해 주듯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텃새이다.

디지털광명문화대전에 따르면 우리생활에서의 친밀도를 표현하는 정도를 반영하듯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까치를 상징 동물이나 표상으로 하고 있다. 광명시도 까치를 시를 상징하는 시조로 선정해 활용하고 있다. 실제 전국적으로 상징새로 선정 빈도가 가장 높은 조류가 까치다.

예부터 까치가 울면 기쁜 소식이 들려온다고 해 길조로 불러 왔다. 흔히 까치를 순하고 얌전한 새로 보지만, 자신들을 손쉽게 잡아먹을 수 있는 맹금류인 황조롱이나 말똥가리, 참매, 독수리 등의 침입자를 발견하면 떼를 지어 끊임없이 공격해 멀리 쫓아버리기 일쑤다. 아울러 집단으로 모여 비행을 하거나 세를 과시하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다른 종류의 조류에게 강한 결속력을 자랑하기도 한다.

▲길조로 불렸던 까치는 생태계 교란은 물론이고 전봇대 위에 집을 지어 정전피해를 유발하는가 하면 각종 농작물을 닥치는대로 쪼아대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골칫덩이가 되고 있다. 사진=한라일보 DB

▶제주 유입=도내에서는 지난 1989년 8월 아시아나 항공과 서울의 모 언론사가 이벤트성 행사로 육지의 까치 50여마리를 도입한 것이 까치가 들어오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왕성한 식욕과 가리지 않는 잡식성을 가진 까치는 천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제주의 환경에서 급격하게 수가 늘면서 온갖 농작물을 쪼아 먹어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키기에 이르렀다.

까치는 제주 토종으로 몸집도 월등한 큰부리까마귀를 쫓아서 한라산 중산간으로 보내고 말았다. 까치는 아무 탈 없이 평온하게 살고 있던 제주 토종 새들을 다 잡아먹고 농작물에 해를 끼쳐서 길조가 아닌 대표적 흉조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제주에서 살고 있는 까치의 수는 약 3~4만 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까치가 등장하기 전만 해도 겨울에 제주 벌판에서 몇백 마리 까마귀가 날아오르는 날갯짓과 울음소리가 제주의 진풍경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도민들은 수다를 피우며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고 '바람 까마귀'라고 불렀다.

결국 까치 도입 후 불과 5년 만인 지난 1994년부터 까치의 포획을 허가하고 대대적인 까치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까치를 제어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다.

이에 앞서 삼성혈에 네 쌍의 까치를 풀어놓았지만 생존하지 못하고 사라졌다고 한다. 제주의 바람이 육지나 서울보다 몇 배나 거셌기 때문에 산란도 힘들었지만 우선 살기가 힘겨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까치 특성=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까치는 몸길이가 45㎝ 정도로 까마귀보다 작으나 꼬리는 길다. 어깨·배와 첫째 날개깃 등은 흰색, 나머지 부분은 녹색이나 자색, 광택이 있는 검은색이고 부리와 발도 검다. 인가 부근 활엽수에 둥우리를 틀며 한배에 5~6개의 알을 낳아 17~18일간 포란, 부화한다. 부화된 뒤 22∼27일이 지나면 둥우리를 떠난다.

다 자란 까치는 거의 번식된 곳에서 생활하나 어린 새는 무리지어 잡목림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먹이는 새알과 새끼, 쥐, 뱀 ,개구리, 올챙이, 작은 물고기 등의 동물성과 쌀, 보리, 콩, 감자,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버찌 등을 가리지 않고 먹는 잡식성이다. 1964년 한국일보 과학부의 나라새 뽑기 운동에서 까치가 영예로운 나라새로 뽑혔으며 그 뒤 까치를 보호조로 지정하고 포획을 규제하고 있다.

세시풍속 중에 칠월칠석은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에 놓은 오작교를 건너서 만나는 날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칠석에는 까마귀나 까치를 볼 수 없다고 하며, 칠석날을 지난 까치는 그 머리털이 모두 벗겨져 있는데, 그것은 오작교를 놓느라고 돌을 머리에 이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설에서 오작교는 남녀가 서로 인연을 맺는 다리로 알려졌다. 남원의 광한루에 있는 오작교는 바로 이도령과 성춘향이 인연을 맺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전설 이외에도 까치에 관한 설화는 많다. 까치의 보은으로 조사된 설화는 과거보러 가는 한량이 어느 수구렁이한테 잡아먹히게 된 까치를 그 구렁이를 죽이고 살려주었는데, 나중에 한량이 죽인 구렁이의 암컷의 보복으로 죽게 되었을 때 머리로 절의 종을 받아 종소리 세 번을 울려 한량을 구하고 까치는 죽었다는 이야기로 전국 각지에 전승된다.

서식 영역에 대한 경계 본능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낯선 생물의 출몰에 대단히 민감하며 사람에 대한 반응도 비슷하여 흔히 낯선 사람이 오면 소리를 내어 울기 때문에 길조라는 좋은 의미를 얻었다. 하지만 실제와는 조금 달리 해석된 부분이다. 자기 영역 내에 들어온 이방인에 대한 경계의 표시였던 것이다. 다만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한 부분은 길조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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