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도내 건설·관광시장 '갑을관계’는

[이슈&분석]도내 건설·관광시장 '갑을관계’는
노골적 횡포 줄었지만 교묘히 악용
건설업 하청시장 정상가격은 거의 없어
  • 입력 : 2013. 05.13(월)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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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건설시장에서 갑의 횡포는 많이 줄었지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의 횡포는 교묘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주택건설시장선 대물결제도 '비일비재'
관광객 多少 여부가 업계 갑을관계 형성

최근 화두는 '갑을관계'다. 갑과 을은 통상 거래계약서에서 계약당사자를 일컫는 말이다. 문제는 상생하는게 아니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일삼는 이른바 갑의 횡포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갑의 횡포는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를 상대로 내뱉은 폭언이 최근 공개되면서 전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갑을' 논란에 불씨가 지펴졌다.

제주경제계에도 갑의 횡포는 남의 일이 아니다. 인터넷 발달로 폭로가 쉬워졌고 또 동종업계내 소문이 도는 만큼 노골적 횡포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우월적 지위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갑이 없지 않다. 제주경제의 중심축인 건설과 관광분야 내부의 갑을 관계를 조명해본다.

▶건설시장=건설시장에서의 갑의 횡포는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그러나 시장규모에 비해 업체가 많은 제주 현실은 갑의 교묘한 횡포를 가능케 하고 있다.

도내 모 설비업자의 증언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관계자는 "하도급 업체가 공사금액을 원가 이상으로 적시해 공사를 따내는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출혈경쟁이 일상화 돼 원도급업체는 하도급 공사가격을 놓고 저울질하기 때문이다. "일감을 따내려 달려드는 하청업체가 많은 만큼 원도급업체가 교묘하게 가격경쟁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노골적이지는 않더라도 사실상 갑의 횡포다. 현금 순환을 위해 실비를 크게 밑도는 공사가격을 제시하는 업체도 수두룩하다고 관계자는 꼬집고 있다.

관계자는 지금도 주택공사시 대금의 상당액이 이른바 대물로 결제된다고 폭로했다.

"하청업체의 공사대금은 거의 최하금액으로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30~50%의 대금은 대물로 결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대물결제는 주택 분양 상황과는 별개이며 하청업체는 이를 거절할 수가 없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하도급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힘을 쓰는만큼 과거처럼 임금체불 같은 최악의 횡포는 많이 사라졌지만 발주자와 원도급자, 원도급자와 하도급자, 하도급과 개별업체 사이 '갑과 을'의 부적절한 관계는 여전하다고 건설업계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관광시장=관광분야는 관광객이 많고 적음, 그리고 업종상황에 따라 갑을관계가 형성된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방 구하기가 쉬웠던 시절 '을'이었던 숙박업계는 수년전부터 숙박난이 심화되면서 '슈퍼갑' 자리에 앉았다. 숙박요금 상승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그러나 통상 도내 관광시장에서 갑은 관광객을 송객해주는 여행사다. 여행사가 관광일정에 어떤 코스를 담느냐에 따라 관광시설업체의 생사가 갈린다. 관광객을 송객 받아 물건을 팔아야 하는 쇼핑센터나 사설관광지는 여행사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편이다. 개별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해 성공한 업체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시설업체 생사는 단체고객을 송객해주는 여행사에 달렸다고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도내 모 사설관광지 관계자는 "동종업종이 늘면서 여행사는 입장요금은 물론 송객수수료를 놓고 저울질 한다. 상식이하의 요금을 제시하는 사설업체도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여행사로부터 관광객을 송객받으려는 심리가 깔렸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최근 수년새 관광지가 크게 늘면서 여행사와 시설업계의 종속관계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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