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23)김녕 미로공원

[그곳에 가고 싶다](23)김녕 미로공원
길 헤매도 재미가 '쏠~ 쏠'
적정 규모로 방문객 만족도 높아
  • 입력 : 2013. 05.17(금)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싱그러운 랠란디 사이프러스로 이뤄진 미로. 길을 잃으면 짜증날 법도 하지만 이 곳에서는 예외다. 미로의 출구를 찾기 위해 헤매도 재미가 넘친다.

5월 중순을 넘어가면서 바람소리 마저 따뜻해졌다. 주변은 온통 초록으로 물들었다. 나들이를 조르는 아이들의 성화를 이겨낼 핑계가 없어졌다. 햇살이 내리쬐는 5월, 일상에서 벗어나 초록의 그늘 아래서 재미를 찾고 싶어진다. 초록과 햇살이라…. 김녕미로공원을 찾아보면 어떨까.

1995년 우리나라 최초로 개장된 김녕미로공원은 외국인 교수가 만들어 매년 사회에 수익금을 기부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김녕미로공원 성공사례를 보고 제주섬에만 여럿 생겼지만 김녕미로공원은 원조 미로공원 답게 변함없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인기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초록빛이 싱그러운 랠란디 사이프러스로 이뤄진 미로 안에서는 길을 헤매는 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길을 헤매면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이곳 미로공원에서는 그러하지 않는다. 오히려 웃음소리는 더욱 커져만 가고 그 웃음은 또다른 웃음을 만들어낸다.

방문객들이 웃으며 길을 헤매는 이유는 김녕미로공원이 공원 설계시 심리학을 활용, 큰 재미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로 규모가 너무 크거나 난이도가 높으면 사람들은 쉽게 불안해 하고 지치게 된다. 반면 규모가 너무 작거나 길을 찾기 쉬우면 금방 지루해진다. 적당한 난이도와 기술이 조합된 과제를 만났을 때 사람들은 더욱 몰입하고 그에 따른 즐거움을 누리게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김녕미로공원은 몰입 이론에 입각해 적당한 규모의 미로에서 사람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최적화했다. 특히 김녕미로공원은 미로찾기 재미가 반감되거나 오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곳곳에 많은 보조장치들을 설치해 놓았다. 방문객들은 이런 보조 장치들이 자신들의 심리를 조절한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 그저 웃으며 미로찾기에 열중하게 되는 것이다. 김녕미로공원이 오랫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김녕미로공원에는 사람들의 손길이 익숙한 고양이들이 여럿 살고 있다. 야생이었지만 미로공원의 꾸준한 보살핌으로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 곁으로 다가와 놀아달라고 재롱을 부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야외에서 고양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고양이 공원이기도 하다.

이상한나라의 앨리스가 시계 토끼를 좇던 것처럼 고양이를 따라 초록의 미로세상으로 들어가보자. 인생의 미로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김녕미로공원의 미로에는 성공을 알리는 종이 매달려 있어 높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김녕미로공원 인근에는 도내 최고 관광지로서 명성을 날리는 만장굴이 위치해 있다. 또 발길을 바닷쪽으로 내디디면 비취빛 바다가 눈을 즐겁게 한다. 곧게 뻗은 도로를 벗어나 해안도로 방향으로 핸들을 틀면 찾아가는길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위치해 있다. 문의 782-9266.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18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