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이인수·나현정씨 부부

[제주愛 빠지다]이인수·나현정씨 부부
가구 만드는 남편·캐릭터 만드는 아내
  • 입력 : 2013. 11.08(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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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만드는 남편 이인수씨와 캐릭터 만드는 아내 나현정씨는 돌집으로 손수 작업공간을 조성하고, 최근 새도우 아트 원화전도 개최했다. 표성준기자

5년 전 대도시 삶 정리 후 제주 정착
돌집으로 작업공간 조성·전시회 개최

10년 가까이 경기도 안산의 한 직장에서 철을 깎는 작업을 하던 남편 이인수씨는 40살이 가까올 무렵 막연히 귀농을 꿈꾸기 시작했다. 처형이 살던 제주에 여행을 왔던 그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아내를 설득했다. 그리고 모든 걸 정리하고 2009년 7월 23일 아내 나현정씨와 딸과 함께 제주에 정착했다.

나씨는 15년간 그림자 전문극단 '극단 영'에서 미술감독으로 일했다. 대도시에서의 삶을 뒤로 하고 제주에 터를 잡기가 쉽지 않았던 그는 남편의 손에 이끌려 제주에 내려왔다. 그러나 이후 제주에서의 삶은 예술가에게 창작을 위한 영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무서운 지네를 보면 새로운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반딧불이를 접하면 상상력이 샘솟았다.

이후 제주시 한라초등학교 앞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한 나씨는 아이들과 함께 무대미술아카데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생소한 무대미술과 그림자극 작업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국립제주박물관과 달리도서관에서 그림자극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남편은 남편대로 생계를 꾸리기 위해 공방에 다니면서 가구를 만들고, 돌담쌓기 작업을 이어갔다.

제주의 삶에 익숙해질 즈음 이들은 보다 나은 환경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의 브로콜리밭을 우선 구입한 뒤 1년 반 정도를 기다려 아내의 미술학원도 정리한 채 지난해 6월 4일 보금자리와 함께 작업공간을 짓기 시작했다. 남편의 지인들도 합세해 15개월 정도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드디어 화려하진 않지만 새로운 꿈을 꾸기에 충분한 터전을 손수 일구게 됐다.

지난 2일 나씨는 돌집으로 조성한 새로운 작업공간 '아트 스튜디오 그리메'에서 개관기념 첫번째 프로젝트로 나현정 새도우 아트 원화전을 개최했다. '꿈꾸는 꿈, 꿈꾸는 그림자'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 나씨는 칼끝으로 하나하나 오려낸 그림자들의 이야기, 제주 돌집에 매달려 꿈꾸고 있는 그림자들을 선보였다. 종이를 자르고 오려서 캐릭터 등을 만들어내는 '페이퍼 컷' 기법을 활용한 원화를 이용해서 오프닝 공연으로 그림자극 '홍루몽'도 무대에 올렸다.

"제주도에 내려온 다음 캐릭터만도 10개 정도 창조하고, 생애 첫 개인전을 국내 최초의 새도우 아트 원화전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는 나씨는 "남편에 이끌려서 제주에 내려왔지만 이제는 이 삶이 바로 내가 살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노루를 유해조수로 지정하고 포획하게 됐다는 기사를 접한 나씨는 '노루왕'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그리고 한라산을 떠나 바다로 간 '노루왕'이 '고래'를 만나 결혼하는 내용의 동화를 완성했다. 이 동화는 그림자극으로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제주의 자연과 문화, 삶과 역사는 이렇게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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