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선의 하루를 시작하며] 누군가는 계속 말을 걸어야 한다

[오지선의 하루를 시작하며] 누군가는 계속 말을 걸어야 한다
  • 입력 : 2026. 05.13(수) 01:00
  • 오지선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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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양하다. 그때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최근 본 드라마 속 대사가 계속 맴돈다. 특히 "학교 안에서 감당하기 버겁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학교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욱 그렇다.

요즘 학교가 마주하는 현실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한 아이의 어려움이 학업이나 정서적인 문제로 딱 떨어지게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잠시 안정을 찾는 듯하다가도 다시 무너지고, 겨우 버티던 일상이 또 흔들리기도 한다. 또한 아이와 가정을 바라보는 입장과 시선이 서로 다르다 보니, 학교는 늘 판단이 쉽지 않은 순간들을 겪게 된다.

최근 한 학생의 지원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도교육청, 교육지원청, 초·중학교와 여러 지역기관이 함께 사례회의를 열었다. 누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한 자리였다. 동시에 한 가정의 삶을 어느 한 기관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다시 확인하게 됐다.

각자의 역할은 다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아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함께 연결되는 일이다. 학교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교육청과 지역기관이 함께 고민하고 움직이는 이유도 그 안에 있다. 교육지원청 역시 학교가 혼자 버티지 않도록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상황이 복잡한 만큼 그 과정 역시 쉽지 않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지원이 정말 현장에 힘이 되고 있는지, 학교가 정말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학교에 근무하며 아이들을 직접 바라볼 때와 교육지원청에서 학교를 바라보는 지금의 현장은 서로 다른 자리 같지만, 결국 같은 고민 앞에 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를 만나고, 가정을 설득하고,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육청, 지역기관, 그리고 가정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부모와의 만남이다. 이미 지쳐서 지원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가정도 있고, 반대로 지원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점점 커지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면 무엇이 진짜 도움이 되는 것인지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렵다. 때로는 지원보다 먼저 관계를 회복하고 신뢰를 쌓는 일이 더 오래 걸리기도 한다.

완벽한 답을 찾지 못하더라도 누군가는 계속 말을 걸어야 한다. 학교의 어려움도, 부모의 막막함도,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도 쉽게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학생맞춤통합지원은 거창한 체계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학교와 가정이 혼자 버티지 않도록 곁에서 함께 움직여주는 일에 더 가깝다. 그 첫 번째 움직임은 아동·청소년 정책을 교육과 복지로 따로 나누기보다, 교육청과 지자체, 유관기관이 함께 연결되고 책임을 나누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일 것이다. 아이들의 삶을 중심에 둔 협업과 정책이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오지선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교육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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