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영의 건강&생활] 커피와 치매

[이소영의 건강&생활] 커피와 치매
  • 입력 : 2026. 05.13(수) 01:00
  • 이소영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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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최근 커피와 치매에 관한 논문이 화제가 되었다. 하루에 커피를 여러 잔씩 마신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치매가 생길 가능성이 적다는 연구였다. 일상생활의 한 요소인 커피,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치매를 연결한 연구라니, 듣도 보도 못한 질환의 이름이나 무슨 뜻인지 해독이 불가능한 유전자나 단백질을 다루는 연구에 비해 얼마나 귀가 쫑긋해지는 이야기란 말인가. 그래서 그런지 이 연구는 학계의 울타리를 넘어 일반 언론에도 많이 보도됐다. 나도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게 될 때마다 한동안은 이 논문 이야기를 하곤 했으니 정말 화제의 연구가 아닐 수 없었다.

과학자가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써서 다른 과학자들의 검증을 받는 일련의 과정은 과학이 발전하는 과정의 최전선에 있다. 실험을 이렇게도 해 봤다가 저렇게도 해 봤다가, 가장 그럴싸하고 이치에 맞는 분석을 해 보고 그게 정말 맞는 말인지 검증을 하다 보면 맞기도 하고 틀려서 완전히 폐기되기도 한다. 그 길고 긴 과정을 거쳐 드디어 '지식'이라 부를 만한 작은 정보의 조각이 인류가 가진 지식의 총량을 조금 늘리는 데 기여한다.

오늘도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를 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어제 우리가 맞다고 믿었던 과학적 명제들이 오늘은 틀린 말이 되기도 한다. "언제는 뭐가 몸에 좋다고 많이 먹으라더니 이제는 아니라고?" 하고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해 본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커피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 맞느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답만 말하자면 아니다. 커피를 마신 사람들한테 치매가 적게 발생한다고 했지, 치매가 예방된다고 하지는 않았다.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이 커피와 치매 논문은 단순한 연관을 연구한 논문이다. 한여름에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치솟는데, 물놀이 사고도 많이 난다. 아이스크림 소비와 물놀이 사고는 강한 연관이 있다. 그럼 아이스크림을 많이 먹어서 물놀이 사고가 나는 걸까? 그건 말이 안 된다는 걸 우리는 안다. 커피가 정말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논문만으로는 여부를 알 수 없다. 단지 커피를 많이 마시는 성향의 사람들이 더 활동적이고 지적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경향이 있어 치매가 덜 생기는 건지도 모른다. 아주 단순하게 만들어 이야기했지만 이처럼 전문적으로 쓰인 논문을 읽으려면 전문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논문은 과학자들의 영역이니 일반인들은 읽을 필요가 없다거나 읽으면 안 된다는 말도 아니다. 다만 논문 그 자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려는 목적의 언론 보도를 읽을 때는 잘 걸러서 흡수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필자는 커피와 치매 논문을 냉정하게 해석하고 걸러 들었는가? 이 부분은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실은 필자도 혹시나 하고 귀가 팔랑거려 한동안 안 마시던 커피를 마시게 됐다. 뭐, 나쁘지는 않다니까 말이다. <이소영 하버드대 매스제너럴브리검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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