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문화로 읽는 한국문화 이야기

서양문화로 읽는 한국문화 이야기
'우리가 알고있는 한국문화 버리기'
  • 입력 : 2014. 01.24(금) 00:0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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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여 년 전, 동해안 한쪽 귀통이에 만들어졌던 탑에서 현대미술에서나 볼 수 있는 비례의 미학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일이다. 감은사지 탑은 단지 비례를 자유롭게 조율하여 구조적인 완성도만을 높이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자연의 실현'이라는 대명제를 완성했다."

로마를 방문해 보면 과거 로마제국의 흔적들이 생각보다 크지 않거나 완전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사람들은 1000년이 지나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로마 문화를 가지고 르네상스라는 찬란한 문화를 만들었다. 그래서 전통은 입증을 기다리는 사실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기 위한 자산인 것이다.

저자는 바로 이점에 착안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새로운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가급적 기존의 고미술이나 고고학적 이론은 배제하고 현재 통용되는 보편적 학문의 시각에 비춰 한국의 전통문화가 가지는 현대적인 가치를 새롭게 발굴한다. 이탈리아의 역사학자인 크로체도 "이 세상의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하면서 역사가 과학처럼 실증의 대상이 아니라 현재의 눈으로 재해석해야 할 대성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총 5개의 한국 문화를 선별해 철학이나 미학, 예술학, 디자인 이론 등 현대 인문학적 메스들을 가해 세밀하게 해부한다. 책은 그런 분석들을 단지 이론으로만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인포 그래픽을 통해 독자가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저자가 국내외에서 기록한 수많은 자료사진들도 책의 재미와 신뢰를 더해준다.

저자의 풍부한 인문학적 분석과 다양한 시각적 자료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의 전통이 국제적 수준, 현대적 관점에서 볼 때 오히려 더욱 뛰어나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 새로운 이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기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도 책의 장점이다. 소박하다거나 자연스럽다는 등 그동안 한국의 전통문화를 설명했던 논리들은 이론적 근거도 없는 감성적 표현에 불가하고, 우리의 전통문화가 가진 가치를 가려 오해하게 만들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책에서는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그리스의 대표적 건축물인 파르테논 신전에서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 현대 건축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건축역사를 총체적으로 다룬다. 세잔느에서부터 몬드리안, 피카소에 이르는 현대 미술도 한국 전통문화의 추상성을 설명하는 데 인용된다. 서양문화에 대한 우월주의나 고립된 국수적 민족주의를 넘어서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보는 균형잡힌 시각을 확립해준다. 현 디자인 연구소.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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