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성은 전통문화 전승자"

"제주 여성은 전통문화 전승자"
문순덕의 '제주여성의 일생의례와 언어'
  • 입력 : 2014. 02.21(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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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일생 의례를 보면 집안의 대소사에서 큰 획을 긋는 일은 아버지가 맡았지만 그 획에 살을 붙이고 집행하는 것은 어머니의 몫이다. 각 의례를 통과할 때마다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예법을 준수하고 전승될 수 있도록 협력했다. 그만큼 집안에서 여성들의 위치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일상의례의 전승은 제주방언의 지속적 사용과 무관하지 않다. 의례에 따른 일부 용어가 제주방언으로 전해오기 때문이다.

문순덕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주여성의 일생의례와 언어'를 펴냈다. 일제 강점기 이후 최근까지 제주여성들의 일생을 통해 제주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들여다봤다.

책은 일생의례 서설, 출생의례의 전승, 혼인의례의 전승, 상장례의 전승, 제례의 전승, 일생의례 종결로 구성됐다. 각 주제별로 의례의 절차를 제시해놓았다.

일생 의례에는 출산 전 단계를 포함한 출산의례, 성년의례, 혼인의례, 상장례, 제례 등 인간의 사전과 사후 일정이 포함되어 있다. 대체로 의례 주관자는 남성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여성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하는 절차도 있다. 이때 여성들은 주관자로서, 협력자로서 가문의 체제 유지에 동참하게 된다.

의례 전수자들은 한편으로 전통문화 생산자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의례를 수용하고 공유하면서 전승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점에서 제주여성들이 가문과 지역사회의 문화 전승자로서 파수꾼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왔다고 해석했다.

여성들이 일생 의례의 주체자와 협력자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며느리 친목계'다. 제주에서는 문중마다 필요하면 며느리들끼리 친목계를 꾸린다. 며느리친목은 1980년대부터 형성됐고 90년대에 보편적으로 조직됐다. 이 모임을 통해 여성들은 같은 문중의 일원으로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친척의 경조사를 돌아보기도 한다.

문순덕 연구원은 "각 의례에 대한 여성의 역할과 참여 정도, 여성이 각 의례의 주관자인지 협력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여성주의 시각으로 접근했다"며 "제주여성의 일생 의례를 시대별로 조명하는 작업을 통해 제주방언의 전승 가능성도 짐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인터북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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