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 싶다](53)안덕면 사계리 단산

[그곳에 가고 싶다](53)안덕면 사계리 단산
젊은 혈기가 느껴지는 묘한 매력
  • 입력 : 2014. 02.21(금) 00:00
  • 김성훈 기자 sh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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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길 올라 맞은 정상 사방이 절경
마라도 형제섬 보이는 제주바다는 비경

단산 연결된 추사유배길 걷는것도 재미

엊그제 갑오년이 문을 연 것 같은데 벌써 50일 가량이 흘렀다. 매서운 바람도 잦아졌고 낮이 밤보다 훨씬 길어졌다. 비록 최근 열흘 남짓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계속됐지만 주변엔 꽃들이 피어났다. 3월이 목전인터라 바람도 한결 부드러워졌고 날씨는 두터운 옷을 입지 않더라도 참을만 하다.

몸을 놀리기가 편안해진만큼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진다. 혼자도 좋고 벗들과 함께해도 좋다. 이왕이면 드라이브를 병행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제주섬 서쪽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단산'은 흔치 않은 경험을 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공간이다. 주변엔 많은 관광지가 들어섰고 제주에 유배된 추사가 걸었다는 소박한 길을 만나볼수 있는 곳이다. 제주섬 숨겨져 있는 수많은 비경 중 한 곳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단산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위치해 있는 높이 158m의 오름이다. 오름의 형상이 독특해 바구니오름 또는 바굼지오름이라 불리기도 했다. 북사면은 절벽으로 되어 있고 남사면은 비교적 완만하다.

오름 밑에서 정상을 거쳐 다시 내려오는 길이는 약 1㎞ 남짓 불과해 뭣모르는 이들은 오르기 전부터 얕보기 일쑤다. 완만한 코스는 잠시, 얼핏 45도는 넘을 듯한 급경사가 계속된다. 중간중간 데크가 아닌 바윗돌이 등반로 흙속에 박혀있는 채로 등반객을 맞는다. 정상으로 연결되는 길은 평소보다 엄청난 집중을 필요로 한다. 숨을 헐떡인터라 정상에 오른 그 자체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숨을 고른뒤 시선을 돌리면 경이로운 경관이 펼쳐진다. 360도가 조망되고 시선이 닿는 곳마다 절경이어서 감탄이 절로 난다. 가까이로는 산방산이, 멀리로는 한라산이 눈앞에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시선을 잠깐 돌리면 수평선과 맞닿은 제주의 청정 바다가 눈을 사로잡는다. 바다 한복판에 편안하게 자리잡고 있는 형제섬은 특히나 볼거리다. 제주의 끄트머리인 가파도와 마라도도 보인다. 남의 말을 빌리자면 '비오듯 땀을 흘린 뒤 맛보는 시원함'이 단산의 매력이다.

손에 잡힐 듯한 산방산과 송악산이 나름 절경을 자랑하지만 단산 또한 묘한 매력이 넘쳐난다. 사람들은 3개의 산 중 가장 낮지만 예리한 자태를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옆 산방산이 중후함을 보여준다면 단산은 젊은 혈기가 느껴진단다. 젊은 혈기를 닮아서 그런가. 올라가는 길 못지 않게 내려가는 길도 쉽지 않다. 가파름의 연속이다. 1㎞ 남짓한 코스를 완주하고 평지에 발을 붙이니 "휴~"하고 한숨이 먼저 나온다. 정상에 이르는 길은 여느 오름과 달리 매우 가파른 편이다. 그래서 단산 등반을 계획했다면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을 신는 등 반드시 철저한 준비가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1~2시간에 걸친 단산 경험을 끝내고 드라이브 삼아 사계 바다를 훑어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단산 꼭대기에서 바라봤던 형제섬이 기묘한 모습으로 눈앞에 서 있다. 바다색깔 또한 고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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