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눈높이로 고쳐 쓴 '마지막 테우리'

어린이 눈높이로 고쳐 쓴 '마지막 테우리'
현기영 글· 정용성 그림 '테우리 할아버지'
  • 입력 : 2014. 02.28(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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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출신 소설가 현기영의 '마지막 테우리'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현기영씨가 글을 쓰고 제주 화가 정용성씨가 그림을 그린 '테우리 할아버지'다.

알려졌듯, 소설 '마지막 테우리'는 제주4·3을 다룬 작품이다. 한평생 남의 소를 돌보며 살아온 노인의 내면과 회상을 통해 4·3의 기억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이야기다.

작가는 어린 손자에게 4·3에 대해 들려주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테우리'를 과감하게 고쳐썼고 그림에 맞춰 원고를 여러차례 손봤다. 책의 말미엔 해설을 실어 본문에서 미처 못다한 4·3사건의 역사적 배경과 전말을 설명해 함께 읽는 부모와 어린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테우리는 말과 소를 기르는 사람을 뜻하는 제주방언이다. 작가는 오래전 어느 늦가을 한라산 밑 초원을 헤매다 우연히 한 노인과 마주친 적이 있다. 4·3의 대참사 이후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고 외따로 지내며 소를 돌봐주는 마을 테우리였다. 그의 외로운 눈빛, 소 떼 가운데서 말을 잃고 살아가는 그 노인의 시선에서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을 발견했다.

'테우리 할아버지'는 한라산 오름에 있는 평화로운 목장 풍경에서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홀로 조그만 움막에 살며 마을 사람들의 소를 대신 키워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겨울이 되자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소를 데려갔는데 테우리 할아버지의 친구는 아직도 암소와 송아지를 데리러 오지 않고 있다. 평소에도 아파서 드러눕기 일쑤인 친구를 걱정하던 할아버지는 불현듯 오래전 자신이 겪었던 일을 떠올린다. 4·3 당시를 생각하며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깬 할아버지는 친구의 암소와 송아지가 사라지고 없는 것을 발견한다. 어느새 사방이 어두워지고 세찬 바람과 눈송이가 날리는 가운데 할아버지는 소들을 찾아 헤매다 친구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림을 그린 정용성씨는 어둡고 비극적인 역사적 순간을 과감한 색과 붓놀림으로 형상화하는 것과 함께 제주의 사계절을 공들여 되살려 냈다. 부드럽고 너그러운 자연은 4·3의 비극성을 더해주는 듯 하다. 특히 책의 맨 앞과 뒤에는 거대한 초록빛 봉우리로 솟은 봄의 오름과 순백의 눈으로 가득 채워진 한겨울의 오름 풍경이 실려 눈부신 대조를 이룬다. 현북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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