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있는 목욕

세상 어디에도 없는 맛있는 목욕
장애인들이 만든 그림책 2편
  • 입력 : 2014. 04.25(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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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가뭄으로 물이 끊긴다. 그런데 어쩌나.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까맣게 모른 채 공놀이에만 열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공놀이를 마친 세 사람은 목욕탕에 갔다가 비로소 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를 어쩌지? 결핍이 가져온 불편함은 뜻밖의 재미를 가져다준다. 세 사람은 냉장고에 가득 든 사이다를 발견하고 사이다 목욕에 나선다. 욕조 가득 사이다를 부어놓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시원하고, 신기하고, 맛있는 목욕을 한다.

사이다로 목욕하는 일은 공놀이보다 훨씬 즐겁다. 거품이 쉴 새 없이 보글보글 일어나 짜릿하고, 원하면 바로 떠 마실 수도 있다. 그러니 투덜대는 대신 불편함을 즐거움으로 전환하라.

그림책 '달콤한 목욕'은 홀트일산복지타운의 장애인들이 재활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e-북 만들기 프로젝트로 탄생한 책이다. 지적 장애, 뇌성마비, 간질, 언어마비, 다운증후군 등 여러 중복 장애를 가지고 있는 6명의 지은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글과 그림에 녹여냈고 예상밖의 놀라운 반응을 얻었다.

'달콤한 목욕'에 담긴 이야기와 그림을 따라가다보면 그들이 얼마나 삶을 긍정하며 충분히 누리고 있는지 알게 된다. 그림책의 마지막에 이르러 내리는 비는 더없이 시원하다. 일상이 고단하고 지루한 이들에게 힘이 되지 않을까.

이 책과 함께 '행복한 우산마을'이 나왔다. 강아지 복실이가 나눠준 우산이 어떻게 마을 사람들을 행복으로 이끌었는지 그려냈다. 어설퍼 보이는 그림이 오히려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빚어낸다. 바람의아이들. 각권 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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