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어떻게 빼앗고 지키나

권력은 어떻게 빼앗고 지키나
쿠르치오 말라파르테의 '쿠데타의 기술'
  • 입력 : 2014. 05.02(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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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기 유럽 권력투쟁사
스탈린과 트로츠키 예화
한국 정치 지형에 시사점

쿠르치오 말라파르테(1898~1957)는 영향력있는 20세기 전반의 이탈리아 작가 중 한 명이다. 당대 유럽을 열병처럼 휩쓸었던 쿠데타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그는 '쿠데타의 기술'에서 나폴레옹, 레닌, 트로츠키, 스탈린, 무솔리니, 히틀러 등 근현대 세계사를 뒤흔든 인물들을 통해 진정한 근대적 쿠데타가 무엇인지 보여주고자 한다.

21세기 두 번의 군사 쿠데타를 겪은 우리에게도 쿠데타는 낯설지 않다. 지은이는 쿠데타를 다루면서도 위기 현상의 원인은 물론 특정 정치이념에 대한 도덕적 선악 판단조차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하거나 이에 대항해 방어하는 기술적 비결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쿠데타의 기술'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는 평가를 받는다. '군주론'은 이탈리아 권력자들에게 선량하고 존경받는 군주가 되는 길을 논하기보다 힘과 기교, 술책으로라도 질서와 안정을 가져오는 '현실적으로 이로운 군주'가 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쿠데타의 기술'은 쿠데타가 만연했던 20세기 초에 무장 폭동에 의한 정권 탈취와 성공 법칙을 제시했다.

말라파르테에겐 그의 책이 누구를 위한 지침으로 쓰이는지는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었다. 책의 메시지를 십분 활용해 정권을 장악(또는 수호)하고 안정과 질서를 가져오는 세력이라면 그것이 자유주의 의회 체제든 파시즘이든 볼셰비키든 중요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오늘날 한국과 1920년대 이탈리아 상황은 동일하지 않다. 이 책 역시 민주주의의 위기를 분석하려는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 아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권력을 수성해내려는 스탈린의 방법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쓰이고 있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언론 방송과 통신 수단, 노조 등이 국가 권력 탈취와 수성에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트로츠키의 견해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동안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책은 1931년부터 '쿠데타로 권력을 탈취 또는 이를 방어하기 위한 교본'으로 알려지면서 유럽 지식인들의 공감을 얻었다. 지금도 사회변혁을 고민하는 세계의 지식인들이 반성적으로 읽어내는 고전으로 통한다. 말라파르테는 이 책으로 인해 무솔리니와 히틀러에게 미움을 받아 5년동안 유배생활을 겪어야 했다. 이성근·정기인 옮김. 이책.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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