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처럼 살아간 조선 선비들처럼

나무처럼 살아간 조선 선비들처럼
강판권의 '선비가 사랑한 나무'
  • 입력 : 2014. 05.24(토)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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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서 생각한다'는 뜻의 '근사(近思)'. 공자인 제자인 자하가 '인(仁)'을 설명하면서 "널리 배우고 뜻을 두텁게 하고 절실하게 묻고 가까이에서 생각하면 인이 그 가운데 있다"고 말하는 대목에 나오는 개념이다. 성리학자들은 근사를 가장 기본적인 공부방법으로 삼았다.

나무는 바로 성리학자들이 근사를 실천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그들은 나무를 통해 공부했고 깨달음에 도달하고자 했다.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를 발간해 새로운 인문학 공부법을 제시했던 강판권씨. 그가 이번엔 나무를 통해 조선의 대표적인 선비들의 삶을 되짚은 '선비가 사랑한 나무'를 냈다.

높은 학식과 대쪽같은 성정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우암 송시열. 그의 변치 않는 신념은 껍질과 심재, 열매가 똑같이 붉은 주목으로 형상화된다. 독창적인 문체로 글을 썼다는 이유로 과거시험 응시 자격을 박탈당한 시대의 반항아 이옥. 정조의 문체반정으로 억울한 처우를 당했음에도 그는 유독 사랑했던 자귀나무를 살피며 근심을 잊었다. 이옥이 정치적 외풍을 강하게 받으면서도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은 세찬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고 열매를 맺는 자귀나무에게 정심을 배웠기 때문이다.

나무에 대한 이해는 때로 고전에 대한 해석을 바로잡기도 한다. 추사의 '세한도'에 얽힌 이야기다. '세한도'는 논어의 '자한'편에 나오는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에서 따왔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를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로 풀이해왔다.

지은이는 이를 두고 오역이라고 말한다. 백(栢)은 잣나무가 아닌 측백나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문장은 '날씨가 추운 뒤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뒤에 시든다는 것을 안다'고 해석해야 맞다. 추사는 논어의 문장에서 영감을 받아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쉬이 시들지 않는 소나무와 측백나무의 가치를 알게 되는 것처럼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서도 변치 않고 자신을 지원했던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선물했다.

나무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살아간다. 하늘이 부여한 본성, 즉 천명대로 살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 책은 나무처럼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 삶의 이치이자 우주의 원리라고 말한다. 한겨레출판.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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