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지팡이에 숨겨진 사연

의사들 지팡이에 숨겨진 사연
박지욱의 '신화 속 의학 이야기'
  • 입력 : 2014. 06.13(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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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와 마이아 여신 사이에 태어난 헤르메스. 양치기와 여행자들의 수호자, 상업과 교역의 수호신 등 수많은 일을 도맡아온 헤르메스는 카두세우스로 불리는 지팡이를 들고 다녔다. 두 마리의 뱀이 감긴 특이한 형상의 카두세우스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상당히 닮았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다름아닌 '의술의 신'을 일컫는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첫 줄에 나오는 이름이다.

두 지팡이는 뱀이 감고 올라간다는 점에서 비슷해보이지만 날개의 유무와 뱀의 마릿수에 차이를 나타낸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엔 뱀 한마리가 있지만 카두세우스엔 뱀 두마리에 한 쌍의 날개가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의사단체나 군의관들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를 상징적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헤르메스의 지팡이를 쓴다. 이는 의학, 과학 서적을 주로 출판했던 영국 처칠출판사의 영향이 크다. 해당 출판사의 의학 서적에 한결같이 카두세우스가 인쇄되어 있는 탓에 그걸 의학의 상징으로 이해한 것이다.

제주에서 신경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박지욱씨의 '신화 속 의학 이야기'는 이같은 '의사들의 지팡이'이야기로 문을 연다. 헤르메스는 죽은 이를 저승으로 안내하는 신이라는 점에서 카두세우스를 의사단체의 상징물로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화 속 의학 이야기'는 2007년 그가 냈던 '메디컬 오디세이'를 깁고 보탠 책이다. 의학계의 변화된 분위기를 반영하고 새로운 내용과 컬러 도판을 넣었다.

그리스신화는 오늘날 모든 학문, 예술, 문학의 영역 등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 책에서는 과학 과잉의 의학, 과학적 도그마에 짓눌려 있는 의학이 고대의 신화와 만났다.

위생을 의미하는 하이진, 미로를 뜻하는 라비링스, 수면제, 모르핀, 유전자, 거인증, 고혈압, 기억상실증, 구토제, 공황장애, 자기애. 공포…. 이같은 의학용어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지은이의 안내에 따라 그리스신화를 좇다보면 재미있는 유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울. 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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