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의 추악한 민낯을 보라

국제축구연맹의 추악한 민낯을 보라
토마스 키스트너의 '피파 마피아'
  • 입력 : 2014. 06.13(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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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공 하나면 충분했던 축구
돈벌이에 급급한 스포츠 변질
공익단체 명분아래 부패 쌓여

한때는 22명의 좋은 친구들과 가죽 공 하나면 충분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취미 활동이었다. 이랬던 축구가 금권을 놓고 조작을 벌이는 거대한 사기행각으로 변모한지 오래다.

최근 2022년 카타르월드컵 선정 과정에서 우리 돈 5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뇌물이 오갔다는 대형 스캔들이 불거졌다. 한국, 일본, 미국, 호주 등 막강한 후보국을 제치고 변변한 경기장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막국가 카타르에 월드컵 개최권이 돌아간 직후부터 논란이 제기됐다. 2018러시아월드컵과 쌍을 이뤄 한꺼번에 선정되는 과정 자체가 상당한 의혹에 휩싸일 수 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독일의 스포츠 정치 분야 탐사전문기자인 토마스 키스트너의 '피파 마피아'는 이익조직이 아닌 공익단체라는 명분을 내세워 수조 원을 주무르는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라터 체제의 실상을 파헤친 책이다. 세계 최대 스포츠연맹이 벌여온 범죄의 역사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져있다.

책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피파와 IOC 회장단, 사무총장들을 하나하나 거슬러 올라가면 최종적으로 현대 스포츠 마케팅을 새롭게 구축한 호르스트 다슬러라는 인물과 만나게 된다. '아디다스' 창업주의 아들인 다슬러는 스포츠 자체를 거래품목으로 만들어버렸다. 다슬러 사람들은 방송중계권과 광고권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피파 관계자 어느 누구도 회장의 연봉이 정확히 얼마인지 아는 사람이 없다. 4년마다 치러지는 월드컵으로 벌어들이는 40억 유로의 지출 내역조차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2014브라질 월드컵이 13일 막이 오른다. '지구촌 축제'로 포장되고 있지만 브라질 국민들은 "우리는 월드컵이 필요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병원과 교육이다"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정치가와 축구 행정가들이 결탁해 피파를 위한 월드컵 법을 상정해 특정 스폰서 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등 브라질 대중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세월호'의 비극을 언급한 지은이는 "이익추구 집단과 감독관청이 밀접하게 맞물릴 때 참극은 피할 수 없다"며 "독립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족벌경영이 판을 치면서 이해 당사자끼리 서로 이익만 키워주는 부패를 막을 길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피파 수뇌부가 늘 개최국이 마지막 4강에 들도록 일을 꾸몄다는 말을 덧붙였다. 대회 분위기는 물론이고 돈벌이에도 유리해서다. 그럼 브라질월드컵은 어떨까. 수십조 원의 세금으로 지은 경기장에 브라질 팀은 없고 외국 팀들만 경기를 벌인다면 무슨 일이 생겨날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피파의 관심은 그 어떤 대회보다 개최국의 결승 진출에 쏠려 있다. 김희상 옮김. 돌베개.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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